[데스크 칼럼] 흐트러진 부안군, 새해엔 변할까?

공직기강해이 심각 일하는 조직으로 안보여
대부분 기형적으로 완공되거나 상식이하로 추진돼
무엇보다 문제는 잘못됐어도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
새해엔 잘까지는 아니어도 상식수준으로 변해야

  • 기사입력 2021.12.30 23:27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아듀~ 신축년.
아듀~ 신축년.

다사다난했던 2021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어느 세밑치고 다사다난하지 않은 적이 없었겠느냐마는 올해는 더욱 유난했다.

특히 코로나로 시끄러웠다.

코로나로 인해 타 지역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기 위해 있던 물놀이장도 문 닫는 시국에 부안군은 7000만원을 들여 없는 야외물놀이장을 만들어 무료로 개방하면서 지역사회를 코로나 공포에 떨게 했다.

물놀이장을 개장하기 전인 7월말까지만 해도 부안군은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야외물놀이장을 개장한 뒤 일주일 만에 코로나 신규확진자가 40여명이 발생하며 군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당시 부안군은 코로나 방역에 너무 무지했다.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전국 대부분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부안군은 7월 31일 수백여명이 이용할 수 있는 임시야외 물놀이장을 시가지 인근에 개장해 확진자를 이용하게 한 것도 모자라 동선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확진자가 속출했고 집단감염으로 이어졌다.

수십여명의 신규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고 6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들은 대부분 초등학생들과 그 가족들로 행복하게 지내야할 여름방학을 불행하게 보내야 했다.

그런데도 부안군은 사과는커녕 오히려 전 군민을 상대로 ‘물놀이장에서 단 한명의 코로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비판여론이 확산하자 물놀이장과 코로나 확진자와의 연관성을 부인한 것이다.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격으로 군민을 기망한 셈이다.

비난은 들끓었고 군수를 소환해야한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이 같은 비난은 12월 말인 지금도 진행형이다.

코로나와 관련한 허술한 보고체계와 안일한 대응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안군이 모든 면에서 잘못한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일도 있다.

사상 처음으로 본예산 7000억 시대를 열었고 공약이행평가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잘한 일이다.

격포항이 국가어항공공디자인 시범사업지로 선정됐고, 송포항도 어촌뉴딜300사업지로 결정됐다. 이것도 잘한 일이다.

그러나 부안군이 잘못한 일도 부지기수다.

우선 공직기강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일을 하는 것인지 노는 것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조직이 느슨하다.

일에 대한 열정까지는 아니어도 관심은 있어야하는데 이마저도 부족하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늦은 시간까지 일에 매진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일하는 조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추진된 사업들이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대부분 기형적으로 완공되거나 상식이하로 추진되고 있다.

졸속행정으로 인해 졸작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수생정원과 물의거리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준공한 해뜰마루라 불리는 수생정원은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음에도 준공한지 얼마 안 돼 유령공원으로 전락하는 등 벌써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중구난방 식으로 추진돼 조잡하게 조성된 데다 관리마저 소홀해 연못은 녹조로 뒤덮이고 정원은 잡초가 무성해 이용하려 해도 할 수가 없어서다.

올해 준공한 물의거리 역시 참담한 수준이다.

도로부터 인도, 광장, 막구조물까지 어디하나 제대로 된 데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수억여원이 투입된 막구조물과 조경의 경우 설계 조감도와 실제모습이 전혀 달라 바뀐 배경을 두고 유착 의혹이 이는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기에 잘못된 시설물들이 개선되지 않는 점은 무엇보다 큰 문제다.

수생정원과 물의거리, 부풍로, 석동지구보행환경개선사업, 다수의 회전교차로, 도로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한 교통시설물 등은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만 아니라 불편과 피로감마저 안겨준다.

그런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시설물 등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준공한지 얼마 안 돼 고치면 징계를 받기 때문에 개선을 못한다는 게 그 이유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씁쓸한 해명이다.

사실 군민들은 부안군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불친절하고 일을 안 한다는 이미지가 박혀있어서다.

그래서인지 부안군공무원의 친절도와 민원처리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부안군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주민들이 많다는 뜻이다.

부안군 공무원들의 불친절 문제는 부안군의회에서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행정사무감사장은 흡사 불친절을 질타하는 의원들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부안군으로서는 뼈아파해야할 사항이다.

하지만 반성의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부안군에 대한 평가는 주민과 의회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에서도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20년 민원서비스종합평가’결과에 따르면 부안군은 최하위인 ‘마’등급을 받아 민원서비스 ‘꼴찌’란 오명을 안았다.

지난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에서도 부안군은 바닥권인 4등급을 받았다.

부안군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지만 부안군은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민들이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고 냉철히 판단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흐트러진 조직이 단번에 잘 정비되길 바라는 것을 무리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하더라도 새해엔 잘까지는 아니어도 상식수준으로 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