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신뢰의 척도다

  • 기사입력 2022.06.07 22:17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이서노 기자.
이서노 기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일부만 보고도 전체를 미루어 짐작해 알 수 있다는 의미로, 긍정적일 때도 쓰이지만 부정적인 상황일 때도 많이 쓰인다.

최근 부안해양경찰서를 취재하면서 이 속담이 떠올랐다.

기자는 지난달 꽃게 그물을 도둑맞아 고통을 받고 있는 어민들의 고충을 보도한 적이 있다.

봄 꽃게 철을 맞아 어민들이 꽃게를 잡기 위해 바다에 그물을 쳐 놓고 며칠 뒤 바다에 나가 보면 누군가 꽃게 그물을 통째로 가져가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었다.

한 어민은 5월 한달에만 무려 5~6차례 꽃게 그물을 도둑맞으면서 꽃게 잡으로 바다에 나가기가 무섭다고 할 정도로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이렇듯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에 기자는 해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 등을 관할하는 부안해경에서 꽃게 그물 절도와 관련해 어떻게 대응을 하고 있는지 5월 중순경 취재차 방문 했다.

부안해경에서는 기자에게 꽃게 그물 분실 신고 접수된 건이 없어 별도로 꽃게 그물 절취 행위와 관련한 단속을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뒤 한 어민으로부터 3~4년 전 해상에서 꽃게 그물을 도둑맞아 신고를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부안해경의 주장과 상반된 내용이었다.

이 어민은 가력항 해경초소에 꽃게 그물 분실 신고를 했지만 해경으로부터 그물을 잃어버렸느냐는 확인 전화만 받았을뿐 그 뒤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지금껏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7일(금요일) 부안해경을 또다시 방문했다.

3~4년전 한 어민이 꽃게 그물 분실 신고를 했었다는 기자의 질문에 해경 수사계 한 관계자는 3년 전부터 근무를 했는데 그물 도난 신고를 받은 기억은 없었다고 했다.

기자는 어민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그물 절도 신고 건 수가 있었는지 확인 요청을 했고, 해경 측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기자가 방문한 그날 2016년도 등 일부 기간만 확인이 됐고, 나머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해서 주말 이후 30일인 월요일에 연락을 달라고 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부안해경은 약속한 월요일이 됐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기자가 다음날 해경 홍보계에 연락해 확인을 했지만 “수사계에서 확인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뒤 며칠을 더 기다렸지만 해경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수사계에 직접 전화를 해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바빠서 확인을 못했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서 연락을 달라고 했지만 그 뒤에도 기자는 해경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기자가 그물 분실 신고가 접수됐는지 답변을 듣기 위해 일주일 동안 기다린 결과는 해경으로부터 ‘바빠서 확인을 못했다’는 말을 듣는 것이었다.

그물 도난 신고 건수 확인이 늦어지면 적어도 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언제까지 확인해서 답변을 주겠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 게 순서 일 텐데 부안해경에서는 무성의하고 안일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어민들이 해경에 그물 분실 신고를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 이유를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충분히 이해가 갔다.

약속은 신뢰를 말해주는 척도다.

작은 약속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데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에 앞장 서겠다는 해경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까.

신뢰받는 부안해경이 되려면 사소한 민원도 소홀히 하지 말고 작은 약속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 부정의 의미가 아닌 긍정의 의미로 쓰일 것임을 부안해경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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