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풍년 예상되는데 농민들은 쌀값 폭락에 ‘시름’

조생종 벼 작년 대비 1kg당 500~600원 하락
임대농들 인건비도 못 건질 처지
정부 쌀값 대책 없으면 일반 벼 가격도 폭락 예상돼
지역농협 RPC도 쌀값 폭락에 막대한 손실 입어
부안군 관계자 “공공비축미·시장격리곡 확대 건의하고 있다”

  • 기사입력 2022.09.06 21:52
  • 기자명 이서노 기자
계화평야.
계화평야.

올해 태풍피해만 크게 입지 않는다면 전년 보다 더 풍작이 예상되고 있지만 농민들은 올 2~3월부터 이어진 쌀값 폭락으로 오히려 시름에 잠겼다.

쌀 과잉 생산 등으로 인해 제고량이 쌓여 쌀값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생산된 조생종 벼 수매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작년 조생종벼 수매가는 1kg당 1800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500~600원 하락한 1200~1300원 사이에서 수매가 이루어졌다.

부안지역 한 농협에서는 조생종 벼 원료곡을 1200원(1kg)에 수매했다.

전년 대비 33.3%나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추석명절 이후 추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반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 일반벼 원료곡은 1600~1700원대에서 거래됐는데 쌀값 폭락에 따른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올 조생종벼 수매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농민들은 전년 대비 수익률 감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임대농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쌀 생산량이 늘어도 쌀값 폭락으로 임대료와 농사에 쓰인 제반비용을 제하고 나면 인건비도 못 건질 처지이기 때문.

농민들에 따르면 임대 논의 경우 1필지(1500평)에 270~300만 원(계화평야 기준) 가량 임대비로 주고 있다.

여기에 농약값, 비료값, 건조비, 트렉터, 이앙기 사용료 등 농사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150~200만 정도 소요된다.

작년 계화평야 논 1필지에서 수확한 나락값은 500~600만 원정도.

임대료와 농사 제반 비용을 제하고 직불금 120만 원정도를 포함하면 1필지에 200만 원정도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수매가 이루어진 조생종벼 기준으로 보면 1필지에서 생산된 나락값은 400만 원 수준이다.

임대료 270~300만원과 농사비용 150~200만원을 제하면 오히려 적자다.

그나마 직불금을 포함해야 지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해 농사짓느라 고생한 농민들은 인건비도 못 건질 형편인 것이다.

부안지역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도 작년에 수매한 나락 제고량이 많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거기다 신곡이 나오면 구곡은 더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더 큰 적자 폭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과 농협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안군과 농민 등에 따르면 쌀값 폭락 원인은 쌀 초과 생산이 가장 큰 이유이고,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증가 등으로 인한 쌀 소비량 감소 부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정부의 시장격리곡 수매 시기가 늦은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쌀 제고량 감소를 위해 작년 12월 시장격리곡 수매가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올 2월경에 했기 때문.

결국 농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연) 등 농민단체 소속 농민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총궐기 대회를 가졌다.

부안에서도 지역농협을 비롯한 전국쌀생산자협회 등 5개 단체가 총궐기 대회에 참여했다.

이날 농민들은 ‘신곡 초과 생산량 즉각 자동시장격리’, ‘공공비축미 확대’, ‘타작물 보조금 지원’ 등을 요구했다.

농민 A씨는 “2021년산 원료곡이 소진 되지 않으면 올해 신곡 쌀값이 안정되지 않는다”며 “임대농들은 직불금을 포함해도 농약대, 건조비, 비료대 등 농사에 들어간 비용과 임대료를 주면 남는 게 없다. 인건비도 못건질 처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쌀값이 3~5%가 하락하면 자동 격리를 하고, 쌀 생산이 3%정도만 많아도 격리를 해야 한다. 또 타작물 보조금을 지원해 타작물 재배면적을 늘려야 한다”며 “그래야 그나마 쌀값이 안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작년에 1kg당 1800원하던 조생종 나락이 올해 1200원에 수매가 이루어졌다. 이게 말이 되느냐, 물가는 오르는데 33.3%나 하락했다”며 “농사를 그만 지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 관계자는 “저희도 450억 원정도 농가 소득이 감소된 부분이라 농림축산식품부 국회의원과 전북도청 등 두 개 라인을 통해서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2022년산 공공비축미 확대, 시장격리곡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22년산 공공비축 쌀을 35만 톤에서 10만 톤 늘려 45만 톤을 매입 한다.

10만 톤은 산물벼(수확 후 건조하지 않은 벼), 35만 톤은 포대벼(수확 후 건조포장한 벼) 형태로 매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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