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공사 땜에 벼 말라 죽고 논 초토화 됐는데…관계기관들은 ‘나몰라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올해 측정한 피해 논 염분 농도는 바닷물 수준인 3.96%
피해농민 “공사현장 준설토에서 나온 염 때문에 농사망쳤는데 롯데건설과 농어촌공사는 나몰라라한다” 분통
부안뉴스 취재시작되자 농어촌공사 “문제 해결에 최선 다하겠다”
롯데건설 측도 “피해 해결 위해 고민하겠다” 밝혀

  • 기사입력 2022.10.30 09:27
  • 최종수정 2022.10.30 09:29
  • 기자명 김태영·이서노 기자
염 피해 논.
염 피해 논.

하서면 백련리 새만금 남북 2축 도로 공사 현장 인근 논에서 2년째 벼가 말라 죽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피해 농민들은 성토한 개펄 준설토가 논에 유입돼 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항의했지만, 관계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10월 초 하서면 백련리 남북 2축 도로 공사 현장 인근 논(사진).

벼가 대부분 바싹 타 죽은 데다 상당 부분은 자란 흔적조차 없다.

게다가 곳곳은 하얗게 염이 올라와 마른 개펄을 연상케 할 정도다.

논이 염으로 초토화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논은 이 부근에선 이 논을 포함해 3필지지만 인근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는 논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중 A씨의 논이 유독 피해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A씨는 염기를 제거하기 위해 봄부터 수차례에 걸쳐 논에 물을 댔다 뺐다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A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벼가 계속해서 말라 죽는 현상이 벌어지자 남북 2축 도로공사 시공사인 롯데건설 현장사무실을 수 차례 찾아가 피해를 호소했지만 허사였다.

롯데건설 관계자가 처음엔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얘기하더니 나중에는 나 몰라라 했다는 것이다.

A씨는 롯데가 나몰라라 하자 이번에는 농지를 임대해준 농어촌공사 부안지사를 찾아 피해 사실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농어촌공사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시공사에 따지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A씨에 따르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올해 측정한 이 논의 염분 농도는 바닷물 수준인 3.96%로 벼 등 작물을 재배하기엔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올 초에 이 논을 농어촌공사 부안지사로부터 임대받은 A씨는 농어촌공사에 하소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책임진다고 사과할 줄 알았던 농어촌공사가 책임을 시공사 측에 떠넘기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취한 것이다.

부안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 논에 염 문제가 처음 발생한 건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가 쏟아진 후부터다.

A씨 등 피해 농민들은 지난해 롯데건설이 도로 공사 현장에 성토한 새만금 개펄 준설토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금껏 수십여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지난해 집중호우 때 준설토가 논에 흘러들어오면서부터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지금도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염분이 지속적으로 논에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 또한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확인하고 당시 이 논에 벼를 재배해 피해를 본 B씨에게 보상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B씨가 지난해 피해 보상을 받을 당시 앞으로 피해에 대해선 묻지 않기로 약속을 한 상태에서 건강이 나빠져 이 논농사를 포기했고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올해 초부터 2030년 말까지 9년 동안 이 논을 임대했다는 점이다.

A씨는 올해 논 농사를 망친 것도 망친 것이지만 앞으로도 이런 피해를 언제까지 봐야 할지 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는 “염으로 인해 벼가 자꾸 말라 죽어 올해만 모내기를 몇 차례 했는지 모르겠다”며“이런 피해를 얼마나 더 봐야 하는지 몰라 잠이 안온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올해 피해 보상도 보상이지만 임대기간이 9년이나 되는 만큼 앞으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기에 롯데건설 현장사무실에 수차례 찾아가 직원(대리)에게 모가 죽은 것 등을 보여주면서 피해 사실을 설명하고 현장 답사까지 했다”며 “롯데 직원은 그때마다 다른데도 피해지역이 있어 한 번에 민원을 해결할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차일피일 미루더니 이제는 나몰라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농어촌공사 부안지사 역시 얼마 전에 찾아가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더니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시공사에 따지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문제 있는 논을 임대해놓고 그럴 수 있느냐”며 “논을 임대할 때는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농어촌공사 부안지사는 그런 것들은 전혀 하지 않았으면서도 문제가 생기니 그 책임을 시공사에만 떠넘기는 등 회피하고 있다”고 강력비판했다.

A씨는 “롯데와 농어촌공사가 나몰라라 식으로 대응하길래 며칠전 새만금 남북 2축도로 공사 발주처인 새만금개발청을 방문해 문제를 제기했더니 개발청이 롯데건설 소장 등을 불러 만날 기회를 주더라”면서 “그래서 그 자리에서 준설토가 유입됐으니 오염된 흙을 걷어 내고 새로 흙을 넣어줄 것과 배수로를 만들어 줄 것 등을 건의했더니 방법을 모색해보겠다면서도 논에 새로운 흙을 넣어 달라는 부분은 난색을 표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A씨는 “얼마전 그나마 남은 벼를 추수했더니 나락이 알맹이는 없고 빈껍데기만 나왔다”면서“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발생할지 모르는데 롯데건설은 내년이면 공사가 끝나 철수한다. 앞으로는 누구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해야 하느냐”고 고개를 떨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A씨는 최근 국민권익위에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한 상태지만 속 시원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아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인근 피해 농민들 또한 지속되는 피해에 관계기관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발주처인 새만금개발청과 부안군은 책임이 시공사에 있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건설 관계자는 최근 부안뉴스와의 만난 자리에서 “민원을 절대로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농민들도 수로를 설치해 달라는 얘기를 많이 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부안지사도 부안뉴스 취재가 이어지자 뒤늦게 “농민과 다시 연락해 피해에 따른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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