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군정질문에 대한 답변 볼썽사납더라도 의회는 품격 있는 자세로 존재이유 보여주길

  • 기사입력 2022.10.30 15:15
  • 최종수정 2023.07.17 21:09
  • 기자명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최선을 다 하겠다”,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 “계획이다”

최근 막을 내린 부안군의회 군정질문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답변 순이다.

“최선을 다 하겠다”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열 서 너 차례 나와 가장 많았고 “노력하겠다”가 십 여 차례, “계획이다”가 수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 25~27일까지 열린 군정질문에 대한 답변 대부분이 이처럼 알맹이 없는 형식적인 답변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안군은 이번 군정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47개 질문 중 ‘어떻게 할 것 인가’라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하겠다’는 분명한 답변보다는 “노력해보겠다”,“검토해보겠다”,“최선을 다 하겠다”는 식의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놓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계획과 대책을 묻는 질문에도 ‘이렇다 저렇다’가 아닌 “계획이다, 예정이다”는 식으로 불분명하게 답변했다.

게다가 27일 추가질문에 대한 답변에선 권익현 군수가 마인드컨트롤을 못하는 장면까지 연출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군정질문에 대한 답변이 끝난 27일 의원 상당수는 부안뉴스와 만나자리에서 “군정질문에 대한 답변 대부분이 두리뭉실하고 불분명한 답변이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관련 업무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인지 대부분의 답변이 ‘허나마나한 답변’이었다”면서“그런데 군수까지 저렇게 고성을 지르고 의원 질의에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볼썽사나운 행태를 보였다”고 언짢아했다.

그러면서“원래는 이날 의원 상당수가 보충질의를 하려고 했는데 의장님이 고창에서 의장단 회의가 있다고 해 행정사무감사 때 하자고 미뤘다”며“이럴 줄 알았으면 부의장님에게 진행하도록 해 추가질의를 했어야 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는 이날 권 군수가 박병래 의원의 추가질의 때 보여준 오만한 행태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실제 권 군수는 이날 박 의원이 “지금이라도 재난지원금을 군민들에게 줘야한다”고 하자 “재난상황이 아닌데 재난지원금을 왜 주냐”고 언성을 높였다.

박 의원이 또“폐교를 활용해 장애아동을 위한 재활학교 또는 센터를 설치하면 어떠냐”고 묻자 권 군수는 “갑자기 센터 이야기를 하느냐 보충질의는 답변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 해야지 질의 내용을 변경해서 하면 안 된다”고 핏대를 세웠다.

이처럼 권 군수는 이날 전반적으로 짜증석인 모습을 보였고 감정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보충질의에 대한 내용보다는 보충질의 자리에 굳이 군수인 자신을 서게 했다는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관계공무원들에 따르면 의회 군정질문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추가질의 때는 군수에게 질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권 군수는 군수로서 품격을 지켜야했다.

특히 주민 대표기관인 의회에서는 더욱 그래야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큰 화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누구나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한다.

특히 단체장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군정질문 추가질의 답변에서 보여준 권 군수의 언행은 낙제점이다.

무엇보다 군수가 의회의 지적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의원들은 주민 대표다.

의원들의 질문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군수는 성실하게 답변할 의무가 있다.

본회의장에서 의원을 무시하는 듯 한 태도로 대놓고 발끈하는 것은 의회 경시풍조가 몸에 뱄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나 다름없다.

군수의 이런 바람직하지 않은 언행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를 반증하듯 부안군 간부들의 한숨소리가 벌써부터 곳곳에서 들린다고 한다.

오는 11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열리는 부안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 심의에 대한 걱정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 역시 이번 군정질문에 대한 답변이 너무 형식적인데다 군수까지 의회를 무시한 행태를 취했다는 점에서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집행부와 지방의회는 수레의 양바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의회는 본연의 임무인 견제와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다만 감정이 들어가선 안 된다.

의회는 품격 있는 자세로 존재이유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