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통행 더 불편하게 만드는 부안군…‘턱’ 없는 곳 ‘턱’ 만들어

주민들 “주민들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
“정말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정” 비판도
부안군 관계자 “잘 못된 것 같다, 조사해서 개선 하도록 하겠다”

  • 기사입력 2023.03.09 22:34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부안군이 교통사고 예방 등을 위해 과속방지턱처럼 턱이 높은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 하면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게 오히려 불편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나 실버카 이용 어르신, 유모차 이용 주민 등 교통약자들의 보행 편의를 위해 횡단보도 경계 턱을 없앴는데 그곳에 과속방지턱 높이에 고원식 횡단보도로를 설치하면서 또다시 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부안군의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행정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은 횡단보도를 이용하면서 겪지 않아도 될 불편함을 겪고 있다.

특히나 권익현 군수는 지난 6·1지방선거 때 소확행 공약으로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도로변에 있는 횡단보도 경계턱을 낮추겠다고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행하는 쾌적한 도로 환경을 위해 횡단보도 턱이 높은 곳 20개소를 2cm이하로 낮추고 경사도를 원만하게 정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부안군은 경계턱이 없는 횡단보도에 턱이 있는 고원식횡단보도를 설치하면서 오히려 교통약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엇박자 행정을 보이고 있다.

횡단보도 경계턱이 없는 곳에 고원식횡단보도를 설치하게 되면 경계를 낮춘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부안군의 이 같은 허술한 행정은 교통약자 등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줄뿐만 아니라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교통약자들이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로 통행하는 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5일 대림아파트 앞에서 한 어르신이 도로에 있다 횡단보도쪽으로 휠체어를 밀고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곳에 고원식 횡단보도로 인한 턱이 없었다면 도로쪽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에도 ‘보도 턱낮추기가 되어 있는 지점에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되어 있다.

휠체어 장애인이 보도 턱낮추기부와 고원식 횡단보도 연결부분 통과 시 어려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안전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부안군은 사고 예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면 차라리 경계턱을 높여 고원식 횡단보도와 높이를 맞췄어야 했다.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에 대한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부안군은 최근 2~3년새 고원식 횡단보도를 많이 설치했는데 상당수가 설치 기준에 못미치고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등에는 ‘고원식 횡단보도는 제한 속도를 30km/h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노면보다 높게 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는 지점(어린이보호구역, 노인보호구역, 장애인보호구역 등)에 설치, 횡단보도의 형태 및 높이는 볼록사디리꼴 과속방지턱 형태로 하며 높이는 10cm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또 규격에 맞게 오르막 경사면 설치 및 노면 표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관내에 설치된 고원식 횡단보도는 높이가 설치 기준보다 낮거나 경사면 설치 및 표시가 기준대로 안 되어 있는 곳이 상당수 있다.

부안군은 고원식 횡단보도 설치 부서가 각각 다르고 관리 역시 설치 부서에서 한다는 이유에서 집계조차 해놓지 않았다.

부안군은 과속방지턱도 관내에 몇 개가 설치되어 있는지 집계를 안 해놓다가 뒤늦게 부안뉴스의 취재가 이루어지면서 지난 2019년경 전수조사를 해 파악을 해놓았는데 그 뒤에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안군 관내에 설치된 고원식 횡단보도는 회전교차로 부근, 낭주길~용암로로 이어지는 도로, 물의거리, 학교앞, 줄포만 해안체험탐방도로 등 어림잡아도 30~40곳은 된다.

이처럼 허술한 부안군 행정에 군민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민 A씨는 “부안군 인도를 보면 장애인이나 보행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다니기 불편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며 “그런데 통행에 문제가 없는 곳까지 돈을 들여 턱을 만들어 주민들을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 정말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주민 B씨는 “부안군의 허점 투성 행정이 어디 한두 번이냐”며 “무슨 사업만 하면 꼭 민원이 생기거나 문제점이 생긴다”며 “행정이 무관심하고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니까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게 부안군의 실상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사고예방을 위해서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를 했는데 (턱이 낮은 곳에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한 것은) 잘 못 된 것 같다. 미쳐 확인을 못하고 설치를 한 것 같다”며 “조사를 해서 개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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