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를 키우라는 것이냐 말라는 것이냐”…늘어만 가는 AI방역 기준에 농가들 불만 토로

농가들 “옛날 규정 그대로 놔두고 추가만 하니까 농가들 일 할 시간 없다”
“AI만 안 나오면 된다는 식 검역을 하고 있다”
“전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고 일하는 데만 불편하다”
부안군 관계자 “전실 만들고 방역 강화하는 것 농가를 위한 일”

  • 기사입력 2023.03.27 20:16
  • 기자명 이서노 기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오리를 키우라는 것이냐 말라는 것이냐. 농가들은 죽든지 살든지 농가 현실에 맞지도 않는 탁상행정으로 무조건 방역 기준만 늘리고 강화 하는 것이냐.”

부안군 오리 사육농가들이 농가의 현실은 반영하지 않은 채 AI 방역 기준만 늘리고 강화 하는 방역 정책으로 인해 이처럼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소독을 잘하고 사육 시설 내부로 들어가면 되는데 차단막 시설을 하고 또 그곳에 별도로 전실을 만든 뒤 쪽문을 따로 만들어 출입하도록 요구하면서 농가들을 불편하게 만드느냐는 것.

또한 트렉터 등 장비 진출입로를 이용하면 되는데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전실과 출입문을 별도로 만들어 축사 내부 출입시 그 문만을 이용 하도록 하느냐는 불만이다.

여기에 대해 단동형 축사일 경우에는 매번 같은 상황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이 더 크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리 이동 통로도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축사 외부에 여유 부지가 없을 경우 하우스 면적을 축소해야 하는 실정이다.

농가의 입장에서는 오리를 한 마리라도 더 사육을 해야 대출금 등을 갚아 나가는 등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데 축사를 축소하게 되면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장비 사용시에도 매번 소독을 하고 작업을 해야 하는 데다 그 상황을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라는 등 농가에게 요구 사항만 늘어가면서 오리 사육하기도 바쁜 농가들의 업무량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오리가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사육시설에 왕겨를 뿌려주는 등 관리를 해야 하는데 방역 기준을 모두 지켜 가면서 오리를 키우려면 일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농가의 입장이다.

특히 오리 입식시 검역본부나 동물위생시험소에서 요구하는 방역기준도 더 엄격해지면서 농가들의 불만의 더 커져가고 있다.

오리 농가들은 죽던지 살던지, 오리를 키우던지 말던지 어떻게든 AI만 안 나오게 하면 된다는식의 방역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방역 기준만 놓고 보면 동절기에는 오리를 키우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리 농가들이 AI가 발생하는 동절기에 모두 휴지기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또 휴지기에 들어가고 싶어도 위험지구로 지정이 되어야 그나마 그 명분으로 위탁사육업체의 눈치를 안 보고 휴지기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동절기에도 동진면 일부 농가에서 휴지기에 들어가고 싶어 했으나 부안군에서 위험지구로 지정이 안됐다는 이유에서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동진면은 철새 도래지인 동진강이 있어 AI가 발생되지 않았는데도 수년 전 위험지구로 묶인 바 있는데도 부안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면서 농가들의 불만이 컸었다.

그런데 인근 정읍 농가에서 최근까지 AI가 발생하면서 부안군이 고위험지역으로 지정돼 오리 입식시 3단계 점검이 이뤄지면서 휴지기에 들어가지 않은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가들은 오리를 입식하기 위해 검사를 받다 수차례 퇴짜를 맞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오리 농가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상황에 놓이면서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오리사육농가 A씨는 “농가들이 내 농장이니까 실질적으로 소독하고 AI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쓴다. 누가 자기 농장에 AI가 걸리게 하려고 하겠느냐”며 “소독 잘 하고 옷 갈아 입고 들어가면 되는데 전실을 만들고 쪽문을 만들어라 방역 기준만 늘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실 설치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일하는 데 불편하기만 하다”며 “또 쪽문을 만들라고 하는데 트렉터 등 큰 기계가 축사 내부로 어차피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쪽문으로 다니는 게 실효성이 있겠느냐, 다른 농가들도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불만이 제일 많다”고 말했다.

“어떤 검역은 오염 안 된 옷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쪽문이 있어야 된다고 하고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린다”며 “농가들 입장에서는 소독하고 옷갈아 입으면 되는데 문이 꼭 두개가 있어야 하고 거기서 또 반절을 나누라고 한다. 탁상행정이 너무 심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요즘엔 예전 같지 않고 방역의식이 많이 좋아졌다”며 “그런데 규정만 자꾸 만들고 잘못된 규정은 없애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만 해야 하는데 옛날 규정은 그대로 놔두면서 추가만 하니까 농가들이 일할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농가 B씨는 “방역 기준을 보면 오리를 키우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농가들도 자기 농장에 AI가 걸리면 안 되니까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데 입식 시 검사를 보면 AI만 안 나오게 하면 된다는 식으로 규정만 따진다”며 “동진면 농가에서는 입식 검사에서 다섯 번인가 퇴짜를 맞았 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가들은 바빠 죽겠는데 부안군에서는 사료차나 왕겨차 소독한 거 사진을 찍어 보내라 하고, 왕겨살포기 등 동마다 들어갔다 나오면 소독해야 하고 그거 하다 하루가 다 간다”며 “도대체 오리를 키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 관계자는 “ 관내 오리 사육농가 대부분은 비닐하우스형 축사라서 현대화 시설이 된 무창계사와는 시설 차제가 다르다"며 “전실을 만들고 방역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농가를 위한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 피해가 훨씬 크다. 이동제한 등 다른 농가들에게도 피해가 간다”며 “오리 이동도 꼭 시설을 해야 하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염물질이 묻지 않게 바닥에 장판 같은 것을 깔고 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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