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늘이여!…궂은 날씨에 고개 떨군 마실축제, 이대로 괜찮은가?

마실축제기간 3일 내내 비…프로그램 장소 바뀌고 취소되기도
무대‧부스 설치부터 프로그램 운영, 손님맞이 준비까지 곳곳 부실
“마실축제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많은 과제 남겨
반면, 비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책임 다한 공무원들 활약은 빛나

  • 기사입력 2023.05.14 15:23
  • 최종수정 2023.05.14 15:38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지난 4일 부안마실축제 개막식. 비가 내리면서 축제장 방문객들이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쓰고 있다.
지난 4일 부안마실축제 개막식. 비가 내리면서 축제장 방문객들이 우의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있다.

부안 대표축제인 제10회 부안마실축제가 지난 6일 큰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할머니의 품속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마실축제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이색 프로그램이 그 여느 해보다 풍성하게 마련돼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개막 첫날부터 내린 비가 축제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많은 차질이 빚어졌다.

김태연 공연 등 일부 프로그램이 실내로 옮겨지며 간소화되는가 하면 몇몇 프로그램은 취소되기도 했다.

절반이 넘는 체험 프로그램 역시 굵은 빗방울에 ‘개점휴업’ 해야 했고 진행요원들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각종 공연 등이 펼쳐져야 할 메인무대 또한 부직포를 깔았지만 땅이 질퍽거려 개막공연 이후 사실상 폐쇄됐다.

축제장이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누굴 원망할 상황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궂은 날씨 탓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쉬움 속에 희망도 보였다.

비바람이 부는 악천후에도 적지 않은 인파가 축제장을 찾았다는 것과 몇몇 프로그램이 호응을 얻었다는 점은 주최 측에게 위안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특히 빗줄기 속에 진행된 개막 축하공연은 홍진영‧진성‧트렌드지‧하태웅‧정수연‧10CM 등이 출연해 관람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이끌었다.

황금 미꾸라지를 잡아라와 어린이 물총놀이터도 관람객들의 동심을 자극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마마스 & 파파스 뮤직 페스티벌과 관객 참여형 뮤지컬 흩날릴제 등도 관심을 끌며 호응을 얻었다.

부안군도 이 같은 이유로 이번 마실축제가 궂은 날씨에도 5만여명이 찾는 등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자평했다.

그렇다면 이번 마실축제가 부안군의 평가처럼 성공적으로 개최됐을까.

yes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 “날씨가 그렇다 보니”라며 아쉬워할 것이다.

실제 부안뉴스가 마실축제기간 동안 관람객과 주민, 공무원 등에게 산발적으로 이번 축제에 대해 물었더니 대부분 “날씨가 이래서”라며 아쉬워했다.

일부는 “날씨치곤 사람들이 꽤 있었어”라고 위안을 삼는 이들도 있었다.

모든 것을 날씨 탓으로 본 것이다.

다만 곳곳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17억여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축제치고는 준비도 허접하고 결과도 너무 초라했다는 것.

사실 이번 마실축제는 궂은 날씨에 묻혀 그렇지 크고 작은 문제점이 상당했다.

무대와 부스 설치부터 프로그램 운영, 손님맞이 준비까지 여기저기 부실한 부분이 노출된 게 사실이다.

우선 메인무대의 경우 스피커와 사이드 화면 등이 돌출돼 원활한 관람을 방해했고 관람석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쇄석 등을 깔지 않아 땅이 질퍽거려 첫날 이후 폐쇄해야 했다.

먹거리부스와 체험부스도 축제 규모치고는 매우 작았다.

먹거리부스는 각 코너마다 몽골텐트 3개로 꾸며졌지만 주방 등이 1개 이상을 차지해 정작 손님들이 사용할 테이블 놓을 공간은 부족했다.

각 체험장도 장소가 협소해 일부 체험장의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될 정도였다.

3억원이 투입된 경관조명은 투입된 예산에 비해 매우 부실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색도 없고 볼 것도 없다는 것.

무엇보다 예년에 비해 볼거리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허접’ 그 자체라는 것.

때문에 경관조명 예산이 왜 이렇게 비싼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궂은 날씨 탓인지 프로그램 구성과 운영도 열악해 보였다.

개막 축하공연 등 몇몇 공연과 ‘황금 미꾸라지를 잡아라’,‘어린이 물총놀이터’ 등을 빼곤 사실상 볼거리와 체험 거리가 없었다.

시행착오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야간 퍼레이드(신들의 행차)가 그것.

부안군은 축제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퍼레이드가 진행된 장소가 축제장과 동떨어진 시가지외각인 데다 시간도 축제 개막 바로 전이다 보니 상가들이 개막식을 보기 위해 문을 닫아 구경나올 사람이 없었던 것.

먹거리는 큰 문제였다.

주민참여라는 명목 아래 읍면단위로 꾸려진 먹거리 부스는 부스 크기와 장소도 문제였지만 메뉴가 대부분 김밥, 묵, 전, 무침 등으로 특색은 없었으나 가격은 일반식당 두 배 이상 비싸 ‘바가지 축제’로 각인시키는 등 축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의전도 많은 논란거리를 야기했다.

개막을 알리는 버튼식에서 의장을 맨 끝자리에 서게 하는가 하면 폐막식에서는 인사말 자리조차도 마련하지 않았다.

손님맞이 준비도 미흡했다.

축제기간 동안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해 적지 않은 프로그램이 장소가 바뀌거나 취소됐다.

게다가 축제 관문 도로 화단 곳곳과 시가지 화단은 꽃 등을 식재하지 않거나 조경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해 볼썽사나운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소동도 있었다.

메인 무대에서 펼쳐질 ‘김태연과 꿈의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보랏빛 하모니’가 우천으로 부안예술회관으로 장소가 변경돼 관람객 입장이 제한되면서 들어가지 못한 일부 관람객들이 불만을 표출해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과제도 남겼다.

마실축제의 테마가 ‘마실’이라는 무형적 요소이다 보니 쉽사리 축제의 내용을 유추하기가 힘들어 관람객에게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성공한 축제들을 보면 대부분 테마가 유형적인 요소가 많다.

가까이 김제지평선축제부터 정읍구절초축제, 함평나비축제, 고양꽃박람회, 화천산천어축제 등이 대표적이다.

축제 이름만 들어도 축제의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인데 축제 테마 자체가 큰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실축제보다는 마실길축제 등 부안만이 가진 유형적 요소를 갖춘 축제로 변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마실축제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난 수년간 매년 10억원 안팎을 투입하고도 축제가 일회성으로 치러지다 보니 지금까지 그 어떠한 것도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도 직간접적으로 17억여원을 투입했지만 경관조명만 3개월 늦게 철거할 뿐 사실상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이런 이유에서 ‘마실’이란 무형적 요소보다는 마실길 등 유형적인 요소를 찾아 고정적인 장소에 테마에 맞는 공간과 다양한 시설물 등을 매년 조금씩 늘려 가는 쪽으로 축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럴 경우 부안만의 차별화된 축제장이 조성되고 축제 기간에만 이용되는 축제장이 아닌 새로운 명품 관광지로 부상 할 가능성이 있어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것.

축제기간 동안 ‘꼭 공무원 등을 동원 시켜야 하는가?’에도 논란이 뜨겁다.

공무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동원돼야 한다는 쪽도 있지만 어린이날 등이 포함된 연휴기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해야 할 엄마 아빠들이 공무원이란 이유로 동원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율방범대와 부녀회 등 축제 진행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등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 동원 문제는 부안군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반면, 훈훈한 일들도 많았다.

대부분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 얘긴데 그들의 활약은 빛났고 때론 잔잔한 감동을 줬다.

비바람 속에서도 축제 진행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가 하면 밤 12시가 넘는 시간까지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그들이 있어 이번 마실축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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