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화산 40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 수백 그루 ‘싹둑’

토지주 밤나무 심기 위해 1.4㏊ 거목 420 그루 마구 벌채
부안군, 산림경영계획인가 허가…“사유지라 어쩔 수 없어”
주민들 “40여년 동안 바람과 산사태 막아준 아름드리 소나무였는데”

  • 기사입력 2023.05.15 21:56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지난 4월 19일 부안 계화면 계화리 계화산 자락의 해송소나무숲. 1.4ha가 베어진채 일부 잎잔가지가 줄지어 쌓여 있다.
잘려나간 소나무.

방풍림과 산사태 예방 역할을 톡톡히 하던 부안 계화산의 아름드리 소나무 수백여 그루가 최근 베어져 논란이다.

부안군은 토지주가 소득증가를 위해 밤나무를 심겠다는 산림경영계획인가를 신청해 법적으로 허가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40여년 동안 바람을 막아 주고 산사태 위험을 방지해준 아름드리 소나무를 베어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부안군과 계화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 계화면 산151 일대 계화산(1.4ha)에서 수령 40년 이상 된 소나무 수백 그루와 참나무 등 거목 420그루가 잘려 나갔다.

이 지역은 사유지로 토지주는 군에 산림경영인가(소득증가) 사업을 신청, 허가를 받아 이곳에 밤나무를 심기 위해 이들 아름드리 소나무 등을 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해안가 송림은 방풍림과 산사태 예방 등의 기능을 하고 있어 벌목이 최대한 자제돼야 하는데 베어졌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밤나무 식재를 통한 소득증가 사업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해당 지역이 새만금과 서해바다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조망이 빼어난 곳인 데다 경사도가 심하다는 점에서 밤나무 식재를 통한 소득증가 사업보다는 관광 개발 적임지로 비치기 때문이다.

한 주민(계화면 계화리)은 “하필 방풍림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아름드리 소나무 수백 그루를 베어가며 밤나무를 심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새만금 사업으로 육지화 되긴 했지만 이곳은 사실상 바람이 심한 해안가인 만큼 더 이상 산림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계화면 창북리) “나무를 벤 자리는 탁 트인 경사면으로 밤나무를 심어 소득을 올리기 보다는 또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며 “이곳은 전망이 좋아 부동산 업자들이 선호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부안군 관계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벌목돼 우리도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하지만 해당 지역이 사유지다 보니 토지주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산림경영계획인가를 신청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허가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계가 있지만 앞으로 해안지역 산림허가에 대해서는 보다 더 세심히 살피겠다”며 “또 문제 발생이 우려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더욱더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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