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들인 위도 다기능 어항 완공되자마자 ‘애물단지’
수백억 들인 위도 다기능 어항 완공되자마자 ‘애물단지’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3.05.30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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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클럽하우스 개점휴업 상태 공원은 풀밭
대리 낚시잔교 운영중단 부잔교는 파손 잦아 악영향
대부분 낚시 관광시설물 방치돼 개선방안 마련 시급

수백억원을 들여 조성한 위도 낚시 관광형 다기능 어항이 완공되자마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섬이다보니 현장 관리자가 없어 방치되다 시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양수산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관리권을 인수 받은 부안군도 고심에 빠졌다.

다기능 어항을 관리하겠다는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30일 부안군 등에 따르면 군산해양수산청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23억원을 투입해 위도 파장금항 일원과 대리에 낚시잔교 364m(파장금129m·대리 235m)와 피싱클럽하우스(258㎡), 공원 등 낚시 관광형 다기능 어항을 조성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16년 부안군이 위도항을 해수부가 공모한 ‘낚시 관광형 다기능 어항’ 개발 대상지로 응모해 선정되면서 추진돼 전국의 강태공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갯바위 낚시꾼 들에게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파장금 낚시잔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물들이 지난 2021년말 완공된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상 방치되면서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선 파장금항에 설치된 피싱클럽하우스는 소득이 없어 개점 휴업한 상태며 파장금항 내에 설치된 부잔교도 잦은 파손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파장금항 일원에 조성된 공원 역시 풀이 무성해 공원인지 풀밭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56억원(데크길 조성비포함)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된 대리 낚시잔교 또한 안전성을 이유로 올 초부터 폐쇄된 상태다.

위도 낚시 관광형 다기능 어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관리 소홀이 주원인이지만 군산수산청과 부안군의 ‘네 탓’ 공방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군산수산청과 부안군은 대리 낚시잔교 폐쇄를 놓고 서로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부안군은 낚시잔교 바닥이 녹이 슬어 안전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설물을 문제 삼고 있고, 군산수산청은 녹은 슬었지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운영에 손을 놓고 있는 부안군을 비판하고 있다.

부안군 관계자는 “지난해에 군산수산청으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아 관리하고 있지만 관리 예산이 없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대리 낚시잔교의 경우 바닥이 녹이 슬어 관계기관에 보수를 요청한 상태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이 보수할 예정인데 보수가 끝나는 대로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안전성에 의구심이 들어 운영을 못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군산수산청 관계자는 책임을 부안군에 돌렸다.

운영해도 별문제가 없는데 개방하지 않은 점을 따진 것이다.

군산수산청 관계자는 “대리 낚시잔교 발판에 녹이 슨 건 맞지만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면서 “얼마 전 안전점검을 통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부안군에 낚시잔교를 운영할 것을 공문으로 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부안군이 낚시잔교를 운영할 생각이 있긴 한지”라며 불쾌해했다.

일각에서는 부안군과 대리어촌계의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를 한 원인으로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부안군이 대리어촌계에 대리 낚시잔교를 운영하며 관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자, 대리어촌계가 운영은 하겠지만 관리는 부안군이 하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서다.

양측의 입장차는 주변의 중재에도 수개월째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렇듯 위도 낚시 관광형 다기능 어항 대부분의 시설물들이 기대효과는커녕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차라리 없으면 더 나을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위도 한 어촌계원은 “부잔교는 잦은 파손으로 오히려 악영향을 끼치고 공원은 관리가 안 돼 주변 경관까지 해치고 있다”며 “차라리 없는 게 나을 뻔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싱클럽하우스도 완공된 후 수년째 활용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도 주민들은 이처럼 다기능 어항 시설물들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지난해까지는 비교적 부안군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고 한다.

관리 주체가 부안군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부안군이 지난해 어항 관리권을 군산해양수산청으로부터 넘겨받아서다.

이대로 가다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부안군이 그대로 떠안아야 할 판이다.

부안군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때문인지 부안군이 최근 다기능 어항과 관련해 부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기능 어항 관리 예산을 세우기 위해 의회 문턱을 넘나드는가 하면 어항을 관리할 책임자 뽑기에 나서고 있는 것.

문제는 어항을 관리할 기간제 모집에 응시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위도가 섬인 탓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위도 낚시 관광형 어항 기능회복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다기능 어항 시설물을 관리할 책임자가 뽑히지 않아 걱정이 많은 상황이지만 어항 시설물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낚시 관광 거점을 만들겠다며 조성한 위도 낚시 관광형 다기능 어항.

그러나 현실은 완공되자마자 애물단지로 전락한 신세다.

수백억 원의 혈세가 들어간 만큼 군산수산청과 부안군의 확실한 후속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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