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본 새만금 잼버리] 준비·운영 부실로 망신 샀지만…성숙한 대원들 스카우트 정신은 돋보여
[기자가 본 새만금 잼버리] 준비·운영 부실로 망신 샀지만…성숙한 대원들 스카우트 정신은 돋보여
  • 이서노 기자
  • 승인 2023.08.15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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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새만금 잼버리장 퇴영 모습. 맨 앞에선 대원 모자에 태극마크가 보인다.
지난 8일 새만금 잼버리장에서 퇴영을 하고 있는 대원들 모습. 맨 앞에선 대원 모자에 태극마크가 보인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11박 12일간의 일정이 우여곡절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는 폭염대비, 화장실 등 위생 문제, 해충 방제, 언론 취재 지원 등 뭐하나 완벽하게 준비 된 게 없었고, 운영도 부실했다.

동네잔치 보다 못한 허술한 준비였고, 국격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칠뻔 했다.

그나마 빗속에서 치러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K-팝 슈퍼스타 콘서트가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별탈 없이 끝이 나고, 또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들의 도움, 종교계, 기업 등이 힘을 보태면서 악화되는 사태를 막았다.

거기에는 대원들의 성숙한 스카우트 정신도 한몫 했다.

폭염에 지치고 위생불량인 화장실, 부실한 천막 샤워시설 등 극한의 환경에 처했으면서도 대부분의 대원들은 잼버리 기간 동안 불평불만을 하기 보다는 웃음과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 대한 불만과 투정을 부리기 보다는 무더위 속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걷기도 하고, 춤을 추는 등 흥겨운 모습을 보였다.

대원들은 작은 선물에도 몇 배의 감동과 웃음을 보였고, 자신도 무더워 힘이 들텐데도 휠체어를 탄 대원과 함께 다니며 보살피는 따뜻한 동료애도 보였다.

특히 밧줄놀이 체험 등 영외과정활동장에서 대원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는 스카우트의 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높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고사포 숲밧줄 체험은 대원들에게 긴장감이 들고 떨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들텐데도 동료 대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포기하지 않고 종착지까지 잘 도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대원들은 촬영을 하고 있는 기자에게 그림이 잘 나왔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얼굴에 손하트를 그리며 웃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는 한복을 입고 휴대폰을 내밀며 사진을 찍어 달라는 대원들도 있었고, 순수하고, 밝고, 열정 넘치는 모습이었다.

새만금 잼버리는 사실상 실패 했지만, 이번 새만금 잼버리에 참가한 4만 3000여 명의 청소년 대원들의 스카우트 정신만큼은 그 무엇보다 돋보였고 훌륭했다.

부안뉴스는 영내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지에서 철수를 할 때까지 매일같이 델타존 등에서 취재를 했다.

잼버리장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서 였다.

개막 첫날부터 잼버리장의 모습은 낙제점이었다.

땅이 질퍽해 푹푹 빠지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곳곳이 물웅덩이었다.

일부 대표단 부스 앞은 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였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조성한 덩굴터널 역시 물이 차있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대원들은 짐을 풀자 마자 무더운 날씨에 리어커 등으로 플라스틱 팔레트를 날라야 했다.

전기시설이 마무리가 안 되어 있다 보니 선풍기도 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찜통 더위에 한 한국인 참가자는 기자가 잼버리 관계자인 줄 알고 언제 전기가 언제 들어오느냐고 큰소리로 묻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바라 볼 수 있는 웰컴센터 인근 도로 옆 공터에는 공사 폐기물 등이 쌓여 있었고, 일일방문객 임시 주차장을 뒤늦게 조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제적인 행사인데 손님맞이가 너무나도 부실 했다.

개막전 행사 준비를 모두 끝마치고 손님을 맞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렇듯 부실한 대처로 첫날부터 온열질환자 등 각종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하더니 개영식이 열리는 2일째는 화장실 등 위생 불량 문제가 불거지고, 또 벌레물림, 온열질환자 등이 수백명 발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조직위 등은 부랴부랴 3일 3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냉방시설이 가동되는 운영요원 식당 24시간 개방, 냉방버스 운영, 얼음생수 공급, 그늘막 추가설치, 의료 인력 충원, 청소인력 추가 배치 등의 대책을 내놨다.

프로그램도 영내는 대부분 취소하고 영외 과정활동 중심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4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냉방버스 운영과 냉생수 공급이 곳곳에서 이루어지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 했다.

대원들도 냉방버스나 냉방장치가 가동되는 체험 시설에 들어가는 등 더위 피하는 방법을 채득했다.

5일째는 기념샾 등에도 접이식 그늘막이 설치돼 대원들은 더위를 피하며 줄을 서서 기다릴 수 있었고, 이같은 조치로 하루가 다르게 잼버리장은 안정세를 보였다.

온열환자도 하루 수십명대로 감소하고, 화장실 이용도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잼버리 조직위뿐만 아니라 대원들, 실제 그곳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도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를 태풍 카눈이 8일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 되면서 또한번 조직위 등은 비상 상황을 맞이 했고,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서 7일 야영지 조기 철수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 대원들은 크게 실망감을 내비쳤다.

공교롭게 철수가 결정된 날 영내 공식 취재가 허용된 날 이었고, 대원들의 실망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워터슬라이스와 물총놀이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던 대원들은 철수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부안뉴스도 영내 취재에 동행 했고, 대원들은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떠나야 한다면 전 가기 싫을 것 같다. 너무 아쉬울 것 같다, 믿을 수 없다, 속상하다"고 전했다.

태풍 때문에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기 철수 결정이었지만 대원들은 스카우트 패치 등을 교환하고, 옷을 바꿔 입는 등 정을 나누고 이제 친해졌나 싶었는데 떨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이다.

대원들이 잼버리에서 가장 크게 의미를 둔 건 짧은 기간에 수많은 대원들과의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새만금 야영지 조기 철수 결정에 대한 아쉬움은 대원들뿐만 아니라 기자들 사이에서도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자원봉사자들도 허탈해 했다.

기자는 새만금 야영지 철수 결정을 내린 날 오후 델타존을 한 번 둘러봤다.

그곳에서 유독 눈에 띄는 글귀가 있었다.

대원들의 흔적을 남길 수 있도록 부스 뒤편에 설치한 낙서판에 한글로 '살아서 돌아가자'라고 쓰여 있었다.

새만금 잼버리장의 폭염, 위생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대원들은 8일 무거운 짐을 메고 새만금 잼버리장에서 조기 퇴영할 때도 손을 흔들어주면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11일 퇴영식과 월드컵경기장 K-팝 슈퍼스타 콘서트가 성황리 치러지며 2023 새만금 잼버리는 막을 내렸지만 참으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라북도, 부안군을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붇고도 준비부족과 부실 운영 등으로 망신만 샀다.

두고두고 아쉬운 마음이 남을 것 같다.

그럼에도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잘 버텨준 대원들에게 잼버리 개최국인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전북도민의 한사람으로서, 개최지인 부안군민의 한사람으로서,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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