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공원’ 전락한 해뜰마루…“귀신 나오게 생겼는데 누가 가겠나”
‘유령공원’ 전락한 해뜰마루…“귀신 나오게 생겼는데 누가 가겠나”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3.09.06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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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소홀 방치되면서 연못은 녹조범벅, 정원은 풀밭
주민들 “해외여행은 그렇게 가면서 일은 아예 안 해”
생태연못이라는데 녹조라떼로 뒤덮여 있다.
생태연못이라는데 녹조라떼로 뒤덮여 있다.

“부안군 공무원들이 해외여행 다니느라 일을 등한시한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봐요? 해뜰마루 한번가보세요. 그게 공원인지 풀밭인지 귀신 나오게 생겼다니까요.”

부안군이 1000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해뜰마루 일대가 관리소홀 등으로 방치돼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5일 오후 해뜰마루 일원.

부안읍시가지에 위치해 찾는 이가 제법 있을 법도 한데 눈에 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다만 신운천 산책로 인근 파고라에는 산책하다가 쉬는 중인지 아주머니 두 분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해뜰마루에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묻자 “날이 더워서도 그렇겠지만 관리를 안 해 온통 풀밭인데다 물까지 더러워 귀신 나오게 생겼는데 누가 가겠느냐”고 한탄했다.

이어 “뉴스서 부안군청공무원들이 해외여행을 그렇게 많이 간다고 하더니만 그래서 그런지 일은 아예 안하는 것 같다”며 “(해뜰마루)한번 가봐라, 둘러보면 기가찰 것”이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수백억을 들여 만들면 뭐 하냐 관리가 안 돼 이지경인데”라며 “공무원들이 일을 안해도 너무 안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도대체 어느 정도 길래 이처럼 노여워할까.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다랭이 연못인데 풀이 무성해 풀밬인지 연못인지 분간이 안 간다.
다랭이 연못인데 풀이 무성해 풀밭인지 연못인지 분간이 안 간다.

해뜰마루에 들어서자마자 신운천 천변도 정원도 모두 풀밭이었다.

아주머니들이 노여워할 만 했다.

정원은 정원대로 대부분은 잡초로 뒤덮여 있었고 연못은 연못대로 녹조라떼로 뒤범벅 돼 있었다.

심지어 신운천을 따라 조성된 하우스 터널 산책로는 온통 풀이 잠식해 들어갈 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20여개의 크고 작은 다랑이 연못도 잡초가 무성해 연못인지 잡초 밭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다.

야자매트로 이뤄진 산책로 곳곳 역시 풀이 점령해 산책로인지 풀밭인지 헛갈렸다.

녹조라떼가 깔려 있는 수로.
녹조라떼가 깔려 있는 수로.
맥문동과 치자나무가 심어졌다는데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치자나무 팻말

정원 내 수로는 물이 마른 채 녹조라떼만 덕지덕지 깔려있었고 6000㎡ 면적의 수질정화시설은 제 역할을 못해 가동이 중단된 채 풀밭으로 변모해 있었다.

게다가 맥문동과 치자나무가 심어졌다는 팻말 밑에는 맥문동과 치자나무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잡초뿐이었다.

이날 둘러본 해뜰마루는 전혀 관리가 안 돼 유령공원을 방불케 했다.

잡초가 무성한 자연마당.
잡초가 무성한 자연마당.

자연마당은 어떨까.

자연마당에 가보니 그곳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풀밭이었다.

관리가 안 돼 식재한 식물인지 잡초인지 구분이 안 갔다.

그나마 신운천 산책로 한쪽 일부는 이날 예초작업이 이뤄지면서 깔끔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른 한쪽은 잡초가 무성해 이용하지 못할 정도여서 주민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잡초가 뒤덮힌 수질정화시설.
잡초가 뒤덮힌 수질정화시설.
온통 풀밭인 해뜰마루 정원.

부안군의회 이강세 의원은 “해뜰마루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대부분 관리소홀을 비판하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해뜰마루에 산책로 등이 조성돼 주민들에게 사랑받을 법도 한데 오히려 원성을 사고 있다”며 “모두 관리소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해뜰마루가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관리부서장의 잦은 인사이동”이라며 “업무를 파악할 만하면 가고 또 파악할 만하면 간다. 과장이 6개월마다 바뀌는데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부서장이 바뀌는 것도 모자라 업무자체가 다른 부서로 이관됐다”며 “이처럼 지속성이 없는데 무슨 관리가 되겠냐”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민들이 예초작업이 안 돼 풀밭이라고 하는데 가보면 정말 풀밭”이라며 “거기에 신운천 산책로에 심어진 가로수 또한 관리가 안 돼 고사되고 있다는 주민들의 염려가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산책로 하우스터널. 잡초가 무성해 들어갈 수조차 없다.
산책로 하우스터널. 잡초가 무성해 들어갈 수조차 없다.

부안군관계자는 “현재 신운천 산책로에 대한 예초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중”이라며 “산책로가 끝나는 대로 해뜰마루와 자연마당 등의 예초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못이 녹조라떼로 뒤덮여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질정화시설이 제 기능을 못해 관정을 파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그런지 녹조는 심한 상태지만 악취는 잡힌 것 같다”해명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부분을 살피고 있다”며 “올해 안에 미흡한 부분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뜰마루는 권익현 군수호가 당초 하나의 수생정원을 제각각 분류해 명명한 이름으로 큰 틀로는 수생정원으로 조성됐다.

예초 수생정원조성사업은 새롭게 부상하는 정원 산업 등을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00만㎡(약30만평) 부지에 2500여억원을 들여 국제규모의 수생정원 및 수생식물원, 저류지, 6차산업화 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이사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업으로 당초 계획대로 100만㎡ 규모의 수생정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산림청을 비롯해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정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해야하고 약 800억원에 달하는 부지확보 비용을 자체로 마련해야 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해야 가능했다.

그러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정권이 권익현군수호로 바뀌면서 사업은 등한시 됐고, 결국 규모가 줄어들어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중구난방 식으로 추진돼 테마마저 상실하면서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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