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는 어떻게 가라고…수자원공사 추석당일 선박운행 중단 결정에 분통터지는 실향민들
성묘는 어떻게 가라고…수자원공사 추석당일 선박운행 중단 결정에 분통터지는 실향민들
  • 이서노 기자
  • 승인 2023.09.22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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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들 “전에는 벌초때도, 추석날도 선박 운행 했다”
“추석당일 하루라도 선박운행 해줬으면 좋겠다”
부안권지사 관계자 “오시는 분들과 의견 교환해 적극 검토하겠다”
부안호.
부안호.

부안댐 조성으로 마을이 수몰돼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가 된 실향민들이 이제는 추석명절 조상 산소도 못갈 처지에 놓이면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부안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부안권지사가 실향민들과 공식적인 논의도 없이 추석날 성묘객을 실어 나르던 선박운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육로 접근도 어렵고, 부안댐 주변엔 수변로가 없어 뱃길이 아니면 실향민들은 조상들의 산소가 있는 곳까지 가서 성묘를 하기란 쉽지가 않다.

때문에 부안댐 조성 후 부안권지사에서는 실향민들을 위해 부안호 부유물 수거 선박으로 산소 벌초와 추석명절 성묘를 할 수 있도록 선박 운송 지원을 해왔다.

실향민들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에서 추석 때 성묘를 할 수 있도록 선박운행을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부안권지사는 실향민들과의 이런 약속을 깨고 2~3년전부터 추석날 선박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부안권지사 측은 타지에서 살고 있는 실향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추석당일 하루 선박을 운행하는 것보다 추석 전 기간을 늘려 선박을 운행하는 것이 더 많은 실향민들이 벌초와 성묘를 할 수 있어 현재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향민들은 부안권지사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년전엔 추석당일 뿐만 아니라 벌초기간 때도 며칠씩 선박을 운행을 했었다는 것.

부안권지사의 추석날 선박운행 중단 결정으로 실향민들은 2~3년전부터 추석명절 가족들과 함께 조상 산소에 성묘를가지 못하면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하지만 부안권지사는 이런 실향민들의 불만의 목소리에도 그건 니사정이식 태도를 보이며 올해도 추석당일 선박운행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벌초, 사전 성묘 등 실향민들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추석연휴기간 전인 지난 1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2주간만 선박운행을 한다.

실향민들은 부안권지사의 이 같은 결정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실향민 A씨 “부안댐이 조성되면서 추석때 성묘를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었고, 벌초를 하러 간다고 하면 배를 대주고, 추석때도 선박 운행을 했었다”면서 “그런데 지금은 벌초 때만 운행을 하고 추석때는 안해줘 가족들과 함께 성묘도 못간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추석날만 배를 띄우면 하루에 두 번밖에 운행을 못해 20명만 성묘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며 “저희한테 물어본적도 없었고, 실향민들 서명 받아서 추석연휴에 (선박 운행) 해달라면 해줄거냐고 수자원공사에 물어 봤는데도 답변이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추석연휴기간 자기들 쉬려고 편의대로 시간을 정해 선박운행을 하는 것 아니냐”며 “추석당일 하루만이라고 3~4차례 운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전에는 벌초 때와 추석당일 두 번 나눠서 배를 띄웠는데 이제는 벌초할 때만 해주겠다고 한다”며 “제작년인가 한 번은 추석명절 기간 선박운행을 안 해줘서 싸우고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에는 장학금도 주고 실향민들 행사도 해주고 그랬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 없애버렸다. 이제는 실향민들이 얼마 없다고 무시하는 것인지”라며 “추석날 오전에 두 번, 오후에 한 번만 배를 띄워도 될 텐데 지사장들이 바뀌면서 안 하더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C씨는 “지금은 벌초할 때만 선박을 운행하고 추석날에는 안 해주니까 실향민들이 상당히 어려움이 있고, 불만이 많다”며 “거기서 떠나온 1세대 분들은 돌아가신 분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살아계신 분들이 있고, 2세들도 있다. 추석에 단 한 명이 성묘를 하러 오더라도 배가 운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수자원공사 부안권지사 관계자는 “타지역에서 살고 있는 실향민들의 요구가 있었다. 선박에 10명밖에 못타고 3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추석날 하루 2회 운행, 20명밖에 성묘를 하러 갈 수 없다”며 “명절 때 (성묘객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안전사고도 문제가 되고 누구는 타고 누구는 안타고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간을 늘려 선박 운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그렇게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올해도 실향민들이 벌초와 성묘를 하러 갈 수 있도록 지난 11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선박을 운행을 하고 있다”며 "(추석날 선박운행 문제에 대해서는) 오시는 분들과 의견을 교환해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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