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인심이 전해지는 올 추석명절 부안시장 풍경

  • 기사입력 2019.09.10 22:47
  • 최종수정 2020.09.26 10:18
  • 기자명 이서노 기자
추석명절을 며칠 앞두고 시장이 장을 보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추석명절을 며칠 앞두고 시장에 장을 보기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이 있다.

아마 온갖 곡식과 과일이 익는 계절로 먹을 것이 풍성해 유래된 말일 것이다.

어쩌면 가족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부모의 사랑 있어서 추석은 더욱 풍성한 것은 아닐까.

추석 명절을 며칠 앞둔 지난 8일과 9일 부안시장을 찾아 추석 명절 시장 풍경을 담아봤다.

▲지난 8일 부안시장 풍경.

“조기 얼마예요?, 참조기는 아니네요.”, “오징어 얼마예요?”, “8000원요.”, “한 마리 주세요.”, “대하 얼마에요?”, “큰 거는 10,000원이에요.”, “그럼 큰걸로 주세요.”

휴일에다가 태풍 ‘링링’이 지나간 다음날 이어서인지 생각보다 손님이 시장에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생선전은 손님이 몰렸다.

추석 제사상에 올릴 병치나 조기, 명태 등을 찾는 손님이 많았고, 박대 등 마른 생선이나 오징어, 대하, 조개, 꽃게 등 주로 수산물 구매가 주를 이루었다.

시장에 들어섰을 때 명태포를 뜨고 있는 점포가 눈에 먼저 띄었다.

가게 주인은 명태를 칼로 쓱~ 쓱~ 숙련된 솜씨로 포를 뜨고 있었고 손님 한 명이 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장사 어때요?” 가게 주인에게 신문사에 취재를 왔다고 밝히고 작년과 비교했을 때 장사가 어떠냐고 물었다.

“손님이 확 줄었어요. 작년 이맘때는 줄을 섰는데 작년에 비해 손님이 60%는 줄어든 것 같아요.”

매년 추석 손님이 줄어든다고 한다.

명태포를 뜨고 있는 모습.
명태포를 뜨고 있는 모습.

주인과 얘기를 끊고 잠깐 손님과도 얘기를 나눠봤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부안에서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정읍에서 왔어요, 수성동요.”, “어떻게 정읍에서 부안까지 오셨어요”, “우연치 않게 알게 됐는데 가격이 싼 것은 아니지만 생선 신선도라든지 신뢰가 가서 생선이 필요할 때는 이곳을 찾아요.”, “제사상에 올릴 건가요?”, “네, 올해는 추석 연휴 기간이 짧아 가족들이 적게 내려오기로 해 음식을 적게 하려고요.”

올해는 작년 보다 연휴가 하루 적어 4일이다.

발길을 돌려 다른 생선전은 어떤지 들러봤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장사 어때요?”, “잘 안돼요. 작년에 비해 3분의 1정도 줄어든 것 같아요.”

이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선가게들도 장사가 잘 안 된다는 말은 공통적이었다. 상인들은 매출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인구가 줄어든 것을 꼽았다.

조금 옆으로 이동해 정육점을 들렀다.

“손님좀 오나요?”, “아직 추석 대목 시작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작년 정도는 장사가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정육점은 생선점과는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다.

짧게 대화를 나눈 뒤 조금 더 앞으로 이동하자 생선가게들이 밀집돼 여기저기서 가격을 물어보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생선을 고르고 있는 모습.
생선을 고르고 있는 모습.

여러 가게 중 한 곳을 골라 장사가 잘 되는지, 어떤 생선이 잘 팔리는지를 물어봤다.

“요즘 어때요”, “장사가 잘 안돼요. 날씨 탓인지 손님이 안 오네요. 명절을 앞두고 있다 보니 주로 조기하고 병치가 많이 팔려요.”

생선전은 발길이 계속 이어졌고 정육점이나 제사상에 올리는 한과, 대추, 밤 등을 판매하는 상점은 드물게 손님들이 찾았다. 김치를 담그려고 배추 등을 고르는 손님도 보였다.

반면 의류나 가방 등을 판매하는 가게는 한산해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9일 시장 풍경.

다음날 또다시 시장을 찾았다.

비가 촉촉이 내렸다. 비가 오는데도 평일이라 그런지 시장에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손님들의 발길이 전날보다 많았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생선가게에서 손님들이 갈치와 조기를 구입하고 있었다.

전주에서 살고 있다는 손님이 구매한 생선값을 지불하고 있다.
전주에서 살고 있다는 손님이 구매한 생선값을 지불하고 있다.

가게에 들어가 손님과 대화를 나눠봤다.

“어디서 오셨어요?”, “전주에서 왔어요.”, “멀리서 오셨네요?”, “뭐 사셨어요?”, “가족들과 함께 먹으려고 조기하고 갈치 조금 샀어요.”, “어떻게 전주에서 부안까지 오셨어요.”, “친정이 부안이라 오는 길에 장을 봐가지고 가려고요.”, “사진좀 찍어도 되나요?”, “저 사진 나오면 안돼요. 어디 신문사에요?”, “부안뉴스에요”, “부안 신문요. 그럼 괜찮아요. 난 전국 신문인줄 알았어요.”(웃음)

그러는 사이 주인이 생선을 봉투에 담아 45,000원이라며 손님에게 건넸다. 손님은 “40,000원이라고 한 줄 알았는데”라고 하자, “45,000원이여.”, “조금 깎아주시면 안되나요.” 주인이 조금 깎아주는 듯 보였다.

기자가 손님에게 “얼마 깎아줬어요”라고 묻자 “2,000원 깎아줬어요.”라며 살짝 웃는다.

시장은 흥정이 가능해 정찰제로 판매하는 마트와 달리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게 매력이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이런 인정이 느껴지고, 사람냄새 풍기는 곳이기 때문에 시장을 찾을 것이다.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 상당수가 60대 이상,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았다.

시장 안쪽으로 더 올라가봤다. 어르신이 몇 분이 생선 가게에 앉아있었다.

생선 가격이 오사게 비싸다고 한 어르신이 구입한 물건을 건네 받고 있다.
생선 가격이 오사게 비싸다고 한 어르신이 구입한 물건을 건네 받고 있다.

“어르신 뭐 사셨어요?” 기자가 묻자, “생선 샀는디, 오사게 비싸.”

가게 주인 말로는 생선 한 짝(한 상자)에 20,000원에서 25,000원까지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그러고 있는 사이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상설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노래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추석맞이 온누리상품권 경품행사, 문화공연, 장보기 OX퀴즈 등 추석맞이 장보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또 3만원이상 구매자에게는 경품권을 지급하고, 5만원이상 구입 고객에게는 장바구니를 사은품으로 주는 장바구니 증정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특히 이날 부안군에서 장보기 행사와 부안사랑상품권 홍보 행사를 함께 진행하면서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안군 공무원들도 시장에서 명절에 필요한 생선, 육류를 비롯한 제수용품 등을 구매했다.

북적이는 생선전을 벗어나 옷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손님이 추석명절에 입을 한복을 재단하고 있는 가게 주인.
손님이 추석명절에 입을 한복을 재단하고 있는 가게 주인.

한복 전문점에서 한복을 재단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곳으로 가봤다.

“사장님 한복 만드세요.”라고 물었다.

“네. 한복 만들고 있어요.”, “추석에 입을 건가요.”, “네, 요즘엔 한 복을 잘 안 해 입고 빌려서 입는데 추석 때 입는다고 주문을 받았어요.”

“한복 만드는 일 얼마나 하셨어요?”, “한 40~50년 했는데 갈수록 손님이 없어요.”

요즘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손님의 거의 없다고 한다.

한복집에 나와서 시장을 둘러보니 너나 할 것 없이 장바구니를 들거나 한 손에 검은 봉다리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뭐가 아쉬운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상점에 진열된 생선 등을 바라봤다.

올 추석은 작년 보다 연휴기간이 하루가 짧다. 아마도 가족들과의 만남의 시간도 짧은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사랑을 담아 정성껏 준비한 음식만큼은 가족들의 기억속에 행복하게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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