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단속이 불러온 황당한 풍경…검문검색 벌어지고 펜션엔 굿 당 차려져

문화재 관리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펜션 굿당은 ‘성황’…주민들은 ‘고통’
부안군,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는 주민 민원은 해결 못하고
제사유적에서 수 천년간 이어져온 무속신앙행위만 단속 강화해
지역주민들 “마을 주민들이 보존해 온 신앙터 돌려달라”vs부안군 “안 된다”
문화재청 “죽막동 사적 제사유적으로 무속행위 불법 아니다”
대학교수“수성당 지켜온 마을주민들 밀어낸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

  • 기사입력 2019.09.26 22:07
  • 최종수정 2020.08.08 13:35
  • 기자명 김태영·이서노 기자
죽막마을 바로 위에 굿당이 차려진 펜션이 보인다. 펜션에서 꽹과리, 징 등을 치는 굿판이 수시로 벌어지면서 마을 주민들이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죽막마을 바로 위에 굿당이 차려진 펜션이 보인다. 펜션에서 꽹과리, 징 등을 치는 굿판이 수시로 벌어지면서 마을 주민들이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부안군이 격포 죽막동제사유적에서 행해지는 무속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를 보호하고 제기된 민원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안군의 단속 규정이 관광객들과 무속인들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특히 부안군이 문화재관리에 대한 편향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숙박시설인 펜션에 굿당이 설치되는 황당한 풍경이 펼쳐지는 동시에 일부 주민과 무속인들은 ‘범법자’로 전락하는 어처구니 없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펜션에 설치된 굿 당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은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며 집단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격포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부안군은 지난해 8월부터 죽막동제사유적 인근에서 펼쳐지는 무속행위에 대한 단속에 돌입했다.

죽막동제사유적은 개양할미란 해신을 모시는 수성당이 있는 곳으로 수천년부터 무속신앙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매년 음력 1월 14일이면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수성당제를 지내고 있다.

무속인들 사이에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굿 발이 잘 받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연중으로 무속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으면서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부안군이 지난해부터 이곳에서의 무속행위를 단속하면서 검문검색으로 인한 시비부터 폭력행위, 고소·고발, 행정에 대한 불신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부안군은 단속이유를 문화재관리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빙자한 담당공무원의 무속신앙에 대한 편견이 불러온 씁쓸한 현실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부안군은 문화재보호법 제35조(허가사항)와 시행령 제21조2(국가지정문화재 등의 현상변경 등의 행위) 등을 근거로 무속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시행령 21조2의 ‘마’항 소음·진동·악취 등을 유발하거나 대기오염물질·화학물질·먼지·빛 또는 열 등을 방출하는 행위, ‘바’항 오수·분뇨·폐수 등을 살포, 배출, 투기하는 행위, ‘자’항 광고물 등을 설치, 부착하거나 각종 물건을 쌓는 행위 등을 단속의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수성당제 외 일반 무속행위 일체를 금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수성당제 외 일반 무속행위 일체를 금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그런데 정작 문화재청의 시각은 부안군과 크게 달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최근 부안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죽막동 사적에서)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관람질서를 크게 어지럽히는 쓰레기 투기 행위 등은 안된다”면서 “하지만 그곳에서 무속행위가 가능하다,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꽹과리나 징을 치며 굿을 하는 행위는 부안군에서 방향을 정해서 특정 시간대라든지, 특정 날짜라든지 어떤 지침을 갖고 해야 되는 부분인 것 같다”면서 “특히 그곳은 마을 주민들이 사적 이전부터 관리해왔던 곳이고, 제사유적이기 때문에 무속행위를 금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라고 하더라도 제사유적으로 분류된 죽막동 유적은 관람 등의 문화재와는 성격이 달라 다른 기준을 적용해 운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북대 고고인류학 안승택 교수는 “그(죽막동) 유적은 주민들이 인근에 살면서 지금까지 수천년 동안 지켜왔고 가꿔왔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유지되어 왔던 곳”이라면서 “그곳의 제사유적과 신앙의 방식들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신 마을 주민들에게 저희들이 고마워해야 할 일이고 높게 평가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교수는 “그분들이 그런 환경을 계속 지켜나가면서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도와 드려야 하는 입장이고 그게 제일 기본의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이 원칙이라는 점을 서로가 인정을 하고 그러면 어떻게 그런 공존의 방식을 가져갈지는 협의를 통해서 답을 찾아가야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일방적인 행정조치로 그분들을 밀어낸 것은 상당히 부당하고 주객이 전도된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된다”고 지적했다.

무속행위를 하면서 소나무에 묶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오방색 천.
무속행위를 하면서 소나무에 묶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오방색 천.

무속인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무속인은 “소리를 내며 굿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개념으로 과일과 마른 생선 몇 개만 놓고 절을 하고 가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못하게 막았다”면서 “토속신앙으로 수천년간 이어져 온 건데 못하게 막는 것은 무속인들의 종교적인 억압이고 압박 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무속인은 “수성당 개양할머니는 영검하시고 많은 사람들의 앞일을 밝혀주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거기서 굿을 다서 여섯 번 했는데 효 염도 많이 보고 아픈 사람이 낫기도 하고, 사업 운이 막힌 사람이 사업이 잘 풀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문화재라고 거기를 막는다고 하는데 자유롭게 기도와 인사를 하고 가는데 굳이 거기를 통제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자유롭게 왔다갔다 기도도 할 수 있고, 신도들을 위해 굿도 할 수 있는데 통제를 한다고 하니까 선입견이 들어서 가기가 싫어졌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무속인 A씨는 “무속인들에게 기도를 하는 것은 목숨 줄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막으면 안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숨어서 기도 등 무속행위를 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주민들은 상대적으로 행정에 대한 불평불만과 불신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한 주민은 “부안군이 고용한 특별관리원이 무속행위를 단속한다며 검문검색을 하듯 무속인 등의 가방을 빼앗고, 심지어 관람을 위해 방문한 관광객들의 배낭까지 검사를 했다”면서 “이렇듯 불미스러운 일이 여러 번 발생하다보니 이 곳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별관리원이란 사람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무런 잘 못도 없는 후박나무 관리원인 이 마을 주민(지체장애 3급)을 폭행해 코뼈 등을 부러트리는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부안군은 같은 관리원끼리 싸움을 했다는 이유로 나몰라라 했다”고 부안군을 비난 했다.

이어 “부안군 담당공무원이 월 6만원을 받고 수성당 등 청소 관리원으로 일하는 주민을 굿을 하는데도 단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며 어처구니 없어했다.

이처럼 과도한 단속이 지속되자 지역주민들에게는 피해만 돌아가고 인근 펜션엔 굿당이 차려지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며 또 다른 피해를 유발시키고 있다.

부안군이 단속을 강화하면 할수록 제사유적에 무속행위를 하러 오는 무속인들이 펜션 굿 당을 찾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

보이는 건물은 펜션 내 굿당.
보이는 건물은 펜션 내 굿당.

실제 이곳에 가면 굿 당이 차려진 펜션을 볼 수 있다. 굿당은 펜션 부속 건물로 **기도도량이란 간판이 벽에 붙어 있고 빨간색 등의 깃발이 걸려있다.

펜션에도 제단이 마련되어 있는 곳도 있고 고객 역시 일반손님 보다는 대부분 굿 등 무속행위를 위한 손님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곳 펜션에서 밤낮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꽹과리, 징, 장구를 치는 굿판이 벌어지면서 주민들은 소음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시끄러워서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때는 굿판이 하루 종일 할 때도 있다”고 하소연 했다.

한 마을 주민은 “올 수성당제를 지내 기 하루 전날 음식을 준비하는데 시끄러워서 조용히 해달라고 펜션을 갔는데 오히려 펜션 측에서 주거침입을 했다고 고발한다고 난리를 쳤다”면서 “부안군에 이 같은 민원을 제기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굿을 멈추고 부안군도 사유지라는 이유로 사실상 단속에서 손을 놓은 상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되자 마을주민들은 변산면 주민들과 관광객, 무속인 등 170여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를 국민신문고 등에 제출한데 이어 권익현 군수와 면담까지 가졌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사실 죽막동 유적은 지난 2017년도 10월 19일 사적 제541호(분야 제사유적)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지켜온 신앙터로 수천 년 전부터 제사가 행해진 흔적이 있고 수백 년 간 굿 등 무속행위가 이루어져 왔다.

더욱이 개양할미 등을 모신 수성당은 1974년 9월 27일 전북유형문화재 제58호로 지정되기 이전인 6.25전쟁 때도 마을주민들이 수성당제를 지냈을 정도로 중요시 했고 관리를 하며 지켜왔던 곳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마을에서 오랫동안 지켜오며 관리하던 수성당을 다시 돌려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한편, 주민들은 진정서를 통해 “수성당은 수천년 내려오는 계양할미를 모시는 신앙의 본당이다. 그런데 이러한 곳을 일체의 행위를 무속신앙이라고 규정짓고 못하게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수천년, 수백년 내려온 전통 신앙을 무속이라고 규정하고 못하게 하는 것은 수성당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신앙터로서의 기능과 의미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성당은 수백년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잘 관리를 해 왔던 곳”이라면서 “수성당을 제대로 지키려면 예전부터 해왔던 그대로 죽막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서 보전해야 한다. 우리 주민들에게 수성당을 되돌려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오죽 했으면 무속인들이 수성당 근처 펜션을 빌려 굿을 하다가 이제는 그 펜션이 굿당이 되어 버렸다. 수성당에서 질서를 지키면서 해야 하는 일들이 펜션에서 벌어지니 소음과 무질서가 난무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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