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읍권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 결정…대상 학교 모두 전환에 동의

전환 시기는 유동적…부안교육지원청 2022년도 전환 예상
학교 측 시설요구계획서는 넘어야 할 산…전환 시기 암초 될 수도
도교육청 지침, 남녀공학 필수시설만…학교는 기타시설도 요구
여성교육을 목표로 설립된 부안여자중학교 역사 속으로

  • 기사입력 2020.02.24 23:22
  • 최종수정 2020.02.27 20:55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남녀공학 전환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부안여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부안여중학교.

부안읍권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이 결정됐다.

전환 대상인 3개 학교가 설문조사 결과(찬성 53.3%, 반대 46.7%)를 받아들이고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겠다는 전환 동의서를 이달 중순께 부안교육지원청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동의서는 남녀공학 전환에 동의하고 협조를 하겠다는 학교 측의 확답이다.

전환 동의서를 제출하기로 약속한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부안여중과 부안중만 부안교육지원청에 동의서가 접수되면서 반쪽짜리 남녀공학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뒤늦게 12일 삼남중도 전환 동의를 하면서 해당 학교 모두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게 됐다.

부안교육지원청은 남녀공학 전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전환 시기를 2022년도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시설 설계용역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고 2021년도 본예산에 시설 조성 사업비를 확보해 공사에 들어가면 2022학년도 신입생부터는 남녀공학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

학교 측이 전환 동의했다고 해서 남녀공학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전북도의회의 예산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각 학교에서 낸 ‘시설요구계획서’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학교 측은 부안교육지원청에 전환 동의서와 함께 시설요구계획서도 제출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이 시설요구계획서에는 남녀공학 전환에 따른 화장실, 탈의실 등 필수 시설 이외에도 양호실, 상담실, 학교 건물 리모델링이나 내부 보강, 소체육실, 통합교육학습실 등 다양한 시설 요구가 담겨 있다.

그런데 화장실과 탈의실 이외 다른 시설들은 전북도교육청의 남녀공학 전환지침에 포함돼 있지 않아 실제로 예산 반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도교육청 관계자도 이런 시설들이 예산에 반영될 수 있느냐는 부안뉴스의 질문에 “예산이 한정돼 있다"고 말할뿐 확답하지는 않았다.

학교 측이 남녀공학 전환 동의하게 된 배경에는 지역의 여론도 작용했지만 이런 추가 시설들이 예산에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때문에 학교 측이 납득하는 선에서 시설 관련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문제가 남녀공학 전환 시기에 암초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학교 측 한 관계자는 “학교에서 요구한 시설계획이 대부분 수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학교는) 상식에 의해 움직였고, 저쪽(도교육청, 부안교육지원청)도 상식에 의해 움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관계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상황이 와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도교육청 지침에 따른 필수 시설만 예산에 반영되고 다른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시설 등은 배제됐을 때를 두고 한 말이다.

이럴 경우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도 시사했다.

특히 사립학교는 타의에 의해 전환되는 형국으로 남녀공학 전환에 따른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학교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교육시설이나 교육환경 등을 위한 다양한 시설 요구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부안여중 같은 경우는 이번 남녀공학 전환으로 교명뿐만 아니라 여성교육이라는 건학이념까지 바꿔야 한다.

현재 부안교육지원청은 학교 측과 시설요구계획서와 관련한 협의를 마치고 지난 18일 이 계획서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해 도교육청에 일상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 일상감사는 예산 규모에 따른 감사이지 학교 측의 시설요구계획서를 반영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남녀공학 전환과 관련해서 일상감사 의뢰가 오면 필수 시설이나 기타시설도 그 항목에 포함되면 모두다 일상감사대상”이라면서 “도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따른 시설) 안내를 할 때 남녀공학 전환에 따른 필수 시설이 해당되는 건데 특수교실 등은 가능하면 지양해달라, 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문서는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상감사는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정책사업은 10억원 이상이면 일상감사 대상”이라면서 “그것이 학교 시설요구계획서상에서 필수시설이냐, 기타시설이냐로 구분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도교육청의 지침은 학교 측의 바람과는 괴리가 크다.

부안교육지원청은 학교 측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는 하지만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도교육청은 필수시설만을 강조하면서 학교 측 시설요구계획서가 남녀공학 전환 시기에 향후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이번 남녀공학 전환으로 여성교육을 목적으로 1953년 4월 25일 개교한 부안여중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동시에 부안에서 여자중학교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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