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읍 석동마을 100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거수 하루아침에 전기톱에 ‘싹둑’
부안읍 석동마을 100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거수 하루아침에 전기톱에 ‘싹둑’
  • 이서노 기자
  • 승인 2020.03.26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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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노거수 인근 빈집 구매한 주인이 담쌓기 위해 베어내
마을 주민들, 당산나무 베어져 안 좋은 일 생길까 ‘노심초사’
토지 측량 표식 옮긴 행위자 밝혀달라 경찰서에 진정 내기도
부안군, 행위자에게 고발조치 및 원상복구 사전예고 공문 보내

 

석동마을의 수호목으로 불리었던 수령이 100년 넘은 노거수가 베어져 나무 밑둥만 남아있다.
석동마을의 당산나무로 불리었던 노거수가 베어져 나무 밑둥만 남아있다.
베어내기 전 노거수.
베어내기 전 노거수 모습.

부안읍 석동마을의 수령이 100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거수가 한 주민에 의해 하루아침에 베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마을 주민들에게 이 노거수는 단순히 오래된 나무가 아닌 마을을 지켜주는 당산나무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나무가 베어지자 마을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마을에 안 좋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민들은 정월 대보름날 등이면 이곳에서 막걸리와 북어 등을 놓고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기도 했다.

부안군도 지난 2006년 공원정비사업 일환으로 노거수 주변에 석축을 쌓고 데크시설까지 했다.

그런데 지난 13일경 마을에서 당산나무로 불리는 팽나무 1그루(직경 약1m)와 그 주변에 있던 상수리 나무 2그루(직경 약90cm, 60cm), 수령이 적은 팽나무 1그루(약47cm) 등 4그루가 전기톱에 잘려나갔다.

부안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노거수를 베어낸 사람은 올 2월 이 마을의 빈집을 아내 명의로 구입한 A씨로 집 뒤편에 담을 쌓기 위해 측량을 한 뒤 굴삭기와 작업 인부를 불러 나무를 베어냈다.

노거수가 심어져 있던 부근이 A씨의 개인 토지가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이곳은 공원구역으로 지정돼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허가 없이 산림을 함부로 훼손하면 안 되는 지역이다.

더군다나 이 마을 이장이 나무를 베어내기 전 작업 인부들과 A씨에게 ‘당산나무를 함부로 자르면 안 된다. 공원지역으로 관계법령 절차에 따라서 (작업을) 하라’는 말까지 했다.

이런 조언 등이 있었음에도 A씨는 적게는 수령이 수십년, 많게는 10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 노거수 등을 베어내는 일을 멈추지 않고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토지 경계지점 표식을 옮긴 정황도 포착됐다.

주민들이 지적공사를 통해 측량한 지점과 당초 측량 지점과의 위치가 차이를 보인 것.

주민들은 토지 측량 경계지점 표식을 누가 옮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4일 경찰서에 진정을 낸 상태다.

측량 경계지점 표식 위치가 다르다.
토지 측량 경계지점 표식 위치가 다르다.

부안군은 이에 앞서 지난 18일 도시공원녹지 등의 관한 법률위반으로 노거수 등을 베어낸 A씨를 고발조치하고 23일 원상복구 명령 사전예고 공문을 보냈다.

주민들은 노거수가 베어진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재산권을 청구하겠다는 등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주민 B씨는 “마을의 당산나무를 잘라내려면 마을 이장이나 주민들과 상의를 한 다음에 결정을 해야지 아무런 말도 없이 잘라냈다”며 “고발을 당해도 벌금이 얼마 안 되니까 공원지역인 줄 알면서도 나무를 베어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측량 표식도 2곳이나 누가 옮겨놨다. 누군지 밝히기 위해서 경찰서에 진정을 냈다”며 “처벌 대상이 되면 그것과 공원관리법 위반 등을 더해서 얼마의 값어치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재산권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 C씨는 “운동을 하러 다니는 다른 마을 분들이 왜 좋은 나무를 베어냈나고들 한다”면서 “당산나무는 마을의 신앙 역할을 하는데 그게 베어져서 마을 주민들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길까봐 조마조마하며 살고 있다. 꿈자리도 사납다”고 우려했다.

주민 D씨는 “말을 하는 나무다. 왜 그러냐하면 내가 여기다 매실나무를 심었는데 가지가 뻗어서 나무를 자르려고 하니까 이 나무가 ‘떽’ 베지 말라고 하더”라며 “내가 진즉부터 누구에게 말을 하려고 해도 거짓말이라고 믿지 않을까봐 말을 안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에게 노거수는 마을의 수호목인 당산나무로써 의미가 남다르다.

이런 수호목은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되지만 부안군에 석동마을 이외에도 많이 있다.

보호수로 지정되지만  않았을뿐 대부분의 마을에는 노거수가 있으며, 부안군에 보호수로 지정된 노거수만 해도 팽나무와 느티나무 등 15그루가 있다.

진서면 석포리와 보안면 우동리 등에서는 노거수인 당산나무 앞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날 등에는 당산제를 지내며 마을의 풍요와 평안 등을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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