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했다”할 때는 언제고…군민들에게 눈속임·말장난 말아야

  • 기사입력 2021.03.18 23:25
  • 최종수정 2021.03.18 23:31
  • 기자명 김태영·이서노 기자
계화면에서 군민과의 공감확산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는 권익현 군수.
계화면에서 군민과의 공감확산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는 권익현 군수.

최근 권익현군수가 읍·면을 돌며 진행한 ‘군민과의 공감확산 대화의 시간’이 논란을 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타지자체의 경우 대부분 계획된 행사와 축제를 취소하는 마당에 부안군은 행사를 일부러 만들어 진행한 것도 모자라 과거에는 “내가안했다”고 강변했던 사업들을 이제 와서는 치적처럼 발표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에 열어 주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행사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군수로서, 군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말 바꾸기를 한 점은 매우 안타깝다.

그냥 진솔하게 말하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사과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권 군수는 어설픈 명분으로 합리화 시키려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과거에 한말조차 바꾸며 치적을 운운하니까 많은 주민들에게서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권 군수는 지난 2일부터 7일간 관내 13개 읍면을 돌며 주민들에게 민선 7기 들어 추진했던 사업들을 집중 홍보했다.

이 대목에서 권 군수는 부풍로 사업을 성과로 치켜세웠다.

문제는 권 군수가 2년 전에는 부풍로 사업을 전임군수 사업이라고 강변하고 다녔다는 점이다.

때문에 2년전의 권 군수의 말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군민들로서는 뜨악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때와 정반대의 말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권 군수는 이번행사기간 동안 읍면을 돌며 “어떤 분들이 일부, 극히 일부, 3년까지 (군수를) 했는데 한 게 뭐 있어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부풍로테마거리사업을 비롯해 물의거리정비사업, 마실공영주차장조성사업, 부안읍청사 주변 교통광장조성사업, 농어촌버스휴게실조성사업 등 공사 전후 사진을 비교해가며 “이게 행정”이라고 자랑처럼 얘기 했다.

본인이 일을 많이 했다는 취지에서 한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의 사업은 전임 군수 때 예산이 세워지고 추진된 사업들로 민선 7기 들어 공사가 계속 추진되거나 마무리 된 것뿐이다.

특히나 부풍로테마거리사업의 경우 공사가 진행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권 군수는 2년전 제1회 부안읍민의날 행사장 등에서 자신이 한 사업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다녔던 사업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이 한 사업이라고 홍보하는 행태를 취한 건 비난을 자초하는 대단히 민망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권 군수호 들어 중요사업들이 당초계획과는 달리 변경되면서 ‘졸작’으로 마무리되거나 진행돼 비판을 받고 있는 데도 잘 했다는 식으로 군민들에게 홍보를 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민선7기들어 추진되거나 마무리된 사업들이 문제가 있다는 건 준공을 앞두고 있는 물의거리정비사업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권 군수는 물의거리정비사업에 대해 “상가에서 문을 열면 차들이 다녀서 굉장히 위험했다”면서“그래서 왕복 2차선으로 만들었고, 보행자 도로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때문에 문 열고 나가도 위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행자들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 말이 일부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은 아니다.

맹인모상(盲人摸象)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으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만 가지고 고집한다는 말이다.

사업 전체를 놓고 보면 잘했다고 홍보할 게 아니라 군민들에게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를 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 등 보행약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물의거리는 현재 대로변에나 설치할 법한 큰 가로등이 좁은 인도에 설치되면서 휠체어는 사실상 통행이 불가능하고,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실버카와 유모차 등도 통행이 불편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차도역시 폭이 좁게 조성되면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고, 300미터밖에 되지 않는 도로인데도 차선이 지그재그로 그어 있는 등 기형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물의거리정비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부안군의 명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권 군수가 부안농협의 반발을 이유로 설계 변경하면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잘했다는 식으로 군민들에게 홍보하고 다니다보니 받지 않아도 될 비난을 받는 것이다.

부풍로테마거리 사업은 더욱 그렇다.

이 사업도 민선 7기들어 오복테마거리에서 부풍로테마거리로 사업명이 바뀌는 동시에 사업계획마저 변경되면서 80억여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거리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졸작’으로 조성돼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런데도 권 군수는 “부풍로가 어디서 어디까지냐면 군청 앞에서부터 구 소방서 사거리까지”라며“과거에는 이랬다. 그런데 이렇게 바꿔졌다. 차가 없다. 주차질서가 이제 확립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차가 없느냐, 건물을 다 사서 이렇게 만들었다. 뭘 로, 주차장으로”라고 공사 전후 사진을 비교해가며 홍보했다.

과거에 비해 주차질서가 크게 개선됐다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 또한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잘했다고 평가할 일은 아니다.

우선 부풍로는 테마거리로 조성됐지만 테마는 사실상 상실했다.

이름만 부풍로테마거리지 실상은 그냥 부풍로다.

권 군수호는 사업을 변경하더라도 더 멋지고, 더 걷고 싶고, 더 찾고 싶은 거리로 변경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좁은 도로부터 일관성 없이 식재된 가로수, 지장물 취급을 받는 돌 벤치, 수천만원을 들여 인도에 설치한 야간 경관 조명, 가로등 까지 어디하나 제대로 된 데가 없다.

저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권 군수가 건물을 매입해 주차장을 조성했다고 한 부풍로 공영주차장도 저평가를 받기는 매한가지다.

25억 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주차장의 주차가능 대수가 50대뿐이다 보니 주차 자리 하나를 마련하는데 5000만원씩이나 들어갔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특히 이 주차장은 주차장과는 동떨어진 화단과 운동시설물들이 설치되면서 지금까지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민선 7기들어 추진됐던 대표적인 사업들이 엉망으로 마무리되거나 진행 중인데도 잘 된 사업인 것처럼 군민들에게 홍보하는 게 과연 잘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권 군수는 알아야한다.

이번에 한 말이 어떤 군민들에게는 눈속임으로 또 어떤 군민들에게는 말장난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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