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역사문화관 조성, 과도한 예산 투입에 “건물 새로 짓는 게 낫겠다” 지적

장소 협소해 어린아이 기준 20명 정도 동시 관람 가능
전시실 2층인데 건물 내부에 장애인 화장실도 없어
부안군 관계자 “문화재라는 역사성 있다 보니 선정한 것”

  • 기사입력 2021.08.30 23:07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부안역사박물관 정문. 계단이 보이는 곳이 승강기가 설치될 장소다.
부안역사박물관 정문. 계단이 보이는 곳이 승강기가 설치될 장소다.

“차라리 건물을 새로 짓는 게 낫겠다”

부안군이 수억 원을 들여 옛 금융조합 건물에 부안역사문화관을 조성하는 것을 두고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건물 내부가 좁아 전시공간도 넓지 않은 데다가 예산은 규모 대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투입되는 상황 때문이다.

전시실 등 내부 시설 조성 비용을 제외하고 관람객이 2층 전시실로 올라가는 시설에만 무려 2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

특히나 이 시설은 사업 초기에는 계획에 포함되지 않다가 사업추진 도중 뒤늦게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추진됐다.

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전시실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승강기를 설치하기로 한 것.

이로 인해 최초 5억여 원이었던 사업비는 7억 원대로 껑충 뛰었다.

승강기, 계단 등 설치비용이 추가 되면서 기존 사업비 대비 50% 가까운 예산이 늘어난 것이다.

추후 승강기 유지관리에도 예산이 계속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1층에 전시실이 조성됐더라면 이 같은 예산은 투입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사업추진 전 이 같은 상황이 파악됐더라면 7억 원이 넘는 사업 예산이 부안군의회 예산심의를 통과해 이 건물에 역사문화관 조성사업이 추진됐을까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비가 5억여 원이었을 때 부안군의회에서도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

실제 부안군이 최근 이곳과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신축한 지상 1층 건물인 청년활력센터(가칭) 신축 비용을 보면 부안역사문화관 조성사업비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부안군에 따르면 청년활력센터(연면적 261㎡) 신축 비용은 8억 원(건물 철거비, 폐기물처리비용 등 포함), 부안역사문화관(전시실 255.43㎡, 수장고 86.9㎡) 조성비용은 7억2400만원이다.

특히나 청년활력센터는 개방형 화장실까지 조성돼 있지만 부안역사문화관은 장애인 화장실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관람도중 화장실에 가려면 2층 전시실에서 1층으로 내려와 청년활력센터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장애인이나 노인층 관람객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건물 내부 면적이 좁다 보니 화장실 조성을 못한 것이다.

군청 앞 도로에서 바라본 부안역사박물관 .
군청 앞 도로에서 바라본 부안역사박물관 .

이 금융조합은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로 2005년도에 문화재로 지정됐다.

문화재법에 따라 건불 외벽을 함부로 훼손할 수가 없다 보니 전시실 진입 출입문을 새롭게 만들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승강기 설치도 기존 출입문 앞에 설치된 계단을 철거하고 설치해야 한다.

승강기 고장 등을 대비해 계단이 필요하다 보니 또 그 옆에 철제 계단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전시실 공간도 좁아 원활한 관람을 하기 위한 수용인원도 어린아이들 기준 2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듯 소규모 시설인데 예산은 대규모로 투입되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애초 장소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등의 비판의 목소리며 '건물을 새로 짓는 게 났겠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주민 A씨는 “얼마나 사업계획이 허술했으면 그 조그만 건물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고 추가로 몇 억씩 들어가겠느냐”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낀 것이다. 장소를 잘못 선택했으니까 부족한 시설 보완하기 위한 예산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돈의 액수로 모든 것을 다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 곳은 누가 봐도 전시실로 쓰기에는 공간이 좁아 건물의 활용도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면서 “차라리 건물을 새로 지어 1층에 전시실 공간을 넓게 조성하는 게 장래성을 보더라도 훨씬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씨는 “부안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창고를 짓는데 집 짓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면서 “처음부터 계획을 잘못 세웠기 때문에 5억 원이었던 사업이 7억 원 넘게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금융조합 건물은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로 문화재라는 역사성이 있다 보니 부안역사문화박물관 조성장소로 선정한 것 같다”면서 “국비 지원도 있고, 건물을 신축한다고 해도 추가로 자료 전시 등 별도로 전시관 시설에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고 해명했다.

한편, 부안군에 따르면 부안역사문화관 조성사업은 근대건축문화유산의 보존과 재생을 통해 부안군의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향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1층은 자료, 소장품 등을 보관하는 수장고이고, 2층은 전시실이다.

공사는 오는 10월 말 완료 예정이며, 무료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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