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어촌공사 부안지사, 농민들에게 적반하장 격 태도는 보이지 말아야

  • 기사입력 2022.05.21 15:05
  • 최종수정 2022.05.22 20:50
  • 기자명 이서노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부안지사(이하 부안지사)가 지난 12일 양수기 5대를 가동해 주상천 물을 계화용수간선으로 직접 공급한 것을 두고 가뭄 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고 도내 일간지에 홍보했다.

이는 계화평야 농민들이 농업용수 급수와 관련 안일하게 대응을 했다고 비판한 것과는 정면 대치되는 것이다.

이 홍보기사는 일간지 인터넷 기사 13일자에 보도됐다.

부안지사는 일간지에 “농업인들이 물을 좀 댈 수 있게 도와달라는 민원이 발생하기 전 우리 공사에서 농업인들의(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찾아내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업인들이 편안하게 농사지을 수 있도록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부안뉴스가 지난 11일자로 ‘농어촌공사 부안지사 안일한 대응에 논에 댈 물 없어 애태우는 계화평야 농민들’ 제하의 기사를 보도한 직후다.

부안지사의 이 같은 대응은 농민들이 볼 때 어처구니 없는 일일 것이다.

계화평야 농민들은 5월 초 조벼 등 집중적으로 모를 심기 시작했고, 4월 말경부터 물 부족으로 인한 민원 등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추석이 예년에 비해 이르고 작년에 모를 늦게 심은 논들이 피해가 커 올해는 5월초부터 본격적으로 모를 심기 시작했다.

이번 농업용수 부족 민원은 청호양수장과 3단지 양수장 확장 개보수 공사를 부안지사가 기한(4월 25~30일) 내 끝내지 못한 게 주 원인으로 꼽힌다.

주상천 물을 청호저수지로 펌핑하는 청호양수장 가동을 못하게 됐고, 이로 인해 청호저수지 수위가 뚝 떨어졌기 때문.

10일 경 청호저수지 수위는 50% 후반대였다.

청호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압도 낮아져 농업용수 이동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하답은 물 대기가 더 어려워 진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이 두 양수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됐을 때도 농민들은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아예 가동조차 못하게 됐으니 물 대기가 더 어렵게 된 것이다.

농민들은 공사가 끝나 가동되고 있을 줄 알았던 청호양수장이 공사가 덜 끝나 가동을 못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더 분개 했다.

민원이 잇따르자 부안지사는 양수기를 설치 가동해 13일부터 계화용수간선에 직접 급수하겠고 했다.

13일이면 농민들이 물 부족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한 때 보다 한참 뒤 일이다.

이에 부안뉴스는 이를 안일한 대응으로 보도했다.

그러자 이 보도가 나간 후 부안지사는 이 양수기를 하루 앞당긴 12일 가동 했고, 이를 '민원 발생 전 시행한 선제적 조치'라고 일간지에 홍보했다.

이후 부안지사는 부안뉴스와 추가 취재 과정에서 안일한 대응이 아니고 선제적 조치라고 우겼다.

청호저수지 수위가 낮기는 하지만 관심단계이고, 평년 대비 정상적으로 급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주장하며 양수기 설치는 선제적 조치였다는 것이다.

양수장 가동이 안 된 것 때문에 양수기를 설치한 게 아니라 별도로 가뭄 등을 대비해 농업용수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선 조치였데 왜 안일한 대응이라고 잘 못된 보도를 했느냐는 취지의 말인 것이다.

양수장 가동여부가 농업용수 공급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청호양수장 용량을 33%정도 늘릴 필요가 있을까.

부안지사의 주장대로라면 차라리 양수기 몇대를 구입해 주상천 물을 계화용수간선에 직접 급수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 같은 부안지사의 주장에 농민들은 어처구니없어 했다.

그게 왜 안일한 대응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농민은 “양수기 5대를 임대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물 부족 민원이 없었으면 부안지사에서 양수기를 일부러 추가 설치했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웬만하면 야간 급수를 안 해준다. 그런데 야간급수를 했다. 왜 해줬겠느냐”며 부안지사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왜 안일한 대응이 아니냐, 청호양수장 가동이 안 될 것 같았으면 진즉 양수기를 설치해 주상천 물을 청호저수지로 채웠으면 수위가 그만큼 떨어지지 않았을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나왔다.

추가로 설치될 1단지 양수장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도 나왔다.

3월 군수 연초 방문때 농사철 전 설치 해주기로 해 물 걱정을 안 하나 싶었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

이에 대해 부안지사는 1단지 양수장은 부안군 지원 사업으로 예산을 늦게 받아 입찰, 세부설계 과정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영농철 내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청호양수장과 3단지 개보수 공사는 조달청 원가 검토 등으로 인한 기간 소요로 공사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럼 부안지사는 그런 상황 얘기를 농민들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한편 어떻게 조치를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그게 올해는 논에 물 대는 걱정을 덜 수 있겠구나 기대를 가지고 있던 농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부안지사도 나름의 이유야 있겠지만 적어도 농민들에게 불편을 줘놓고 선제적 조치를 했다는 적반하장 격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농민들에게 반감만 사고 불신만 초래할 뿐임을 농어촌공사 부안지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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