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난방비 카드발급 졸속행정에 대상자들 불만 폭주…250여 명 헛걸음 하기도

어르신들 “노인네들 불러놓고 뭐하는 거여, 기다리다 열받아 죽는 줄 알았어”
“읍면에서 따로따로 하던가 해야지 한꺼번에 사람 몰리게 해 노인네들 힘들게 하느냐”
부안군 관계자 “편의를 위해 한다고 한 것인데 저희가 미흡했다”

  • 기사입력 2023.04.20 09:54
  • 최종수정 2023.04.20 14:31
  • 기자명 이서노 기자
대회의실 밖 복도 모습(사진 왼쪽). 한 어르신이 한 손은 지팡이, 다른 한 손은 계단 안전바를 잡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부안읍사무소 대회의실 모습.
부안읍사무소 대회의실 모습.

“순서대로 하던지, 아니면 읍면에서 따로따로 신청을 받도록 해야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해 노인네들 힘들게 하느냐”, “노인양반들 불러놓고 중구난방 뭐하는 거여, 기다리다 열받아 죽는 줄 알았네.”

부안군이 지난 18일 취약계층 난방용 등유·LPG 구입비 지원사업 실물카드 현장접수를 했는데 한꺼번에 수백 명이 몰리면서 이처럼 카드를 신청하러 나온 대상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카드신청 현장접수는 당초 부안읍 주차장에서 하려고 했지만 비가 내려 접수장소가 부안읍사무소 2층으로 변경되면서 읍사무소 안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읍사무소 1층 안과 현관에서는 신분증 등 복사와 번호표 발급을, 2층에서는 카드발급을 위한 신청 서류를 접수 받았는데 1·2층 모두 난리통이었다.

읍사무소 2층은 자리가 꽉 차 어르신들은 복도에 자리를 깔고 앉아 대기해야 했고, 1층도 번호표와 신분증 등을 복사하려는 대기자들로 줄을 이었다.

또 2층으로 올라가려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 거기다 카드신청 서류를 받고 신분증 등을 복사하느라 1·2층을 번갈아 왔다갔다 하는 인파까지 한데 뒤섞이며 계단과 승강기 앞 현관도 한동안은 혼란속이었다.

이곳저곳에서 빨리해라, 번호표는 어디서 받느냐, 사람을 한꺼번에 모아 놓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등 아우성과 불만이 쏟아졌다.

이날 방문자 대부분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탑승 인원이 한계가 있다 보니 어르신들은 계단을 이용해야 했고, 허리가 굽은 어르신 등은 지팡이를 짚고 혼자서 힘겹게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안전도 우려됐다.

공무원들의 안내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일시에 몰린 인파에 속수무책이었다.

이 같은 혼란이 초래된 건 부안군의 안내 미흡이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시에 수백명이 몰릴 줄 예상하지 못한 데다가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도 부안읍 야외 주차장으로 접수장소를 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발급 신청은 ARS로 가능했기 때문에 가능하면 대상자들이 면지역에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했는데 부안군은 관내 13개읍면에 현장 카드발급 신청접수를 한다고 안내를 했다.

부안군의 이 같은 안내 미흡 등으로 250여 명이 헛걸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날 번호표를 받은 대상자는 700여명이었는데 실제 접수자는 450명뿐이었기 때문.

나머지 어르신 등은 지원 대상자가 아니거나 ARS 신청자 등으로 카드발급 신청 현장까지 나오지 않아도 됐는데도 온 것이다. 

이 같은 미흡한 부안군의 행정에 불편을 겪었던 어르신들은 분개했다.

한 어르신은 “부안읍사무소 주차장에서 10시부터 난방비 카드 접수를 한다고 문자를 받고 갔더니 뒤죽박죽 난리가 났다”며 “부안군 전체가 한꺼번에 나와버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가 걸인도 아닌데 순서별로 해야지 이렇게 몽땅 나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열받아서 뭐라고 했더니 아무말도 못하더라”며 “빨리해달라고 하고, 여기저기서 웅성웅성하며 면별로 해야지 왜 이렇게 다 나오라고 했냐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곰소에서 차비까지 들이고 왔는데 이게 뭐하는 건지, 사람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오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 1000명은 온 것 같다”면서 “면에서 하던지 해야지 멀리서 왔지만 더 이상 못기다리겠다. 그냥 가야겠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 관계자는 “저희가 미흡했다. ARS 신청자들이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줄 몰랐다”며 “450건이 접수 됐는데 700여 명 정도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3분의 1은 이미 ARS로 신청하거나 민생지원금처럼 주는 줄 알고 대상자가 아닌 사람들도 왔다”며 “카드사에서 직접 나와 접수를 한다고 해 편의를 위해 한다고 한 것인데 미흡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한편, 이번 부안군 취약계층 난방용 등유·LPG 구입비 지원사업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모두 1600명이다.

2022년 동절기 난방비 폭등에 따른 정부대책으로 기존 에너비바우처에 더해 한시적 추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부안군은 카드 미신청자는 읍면 신청 안내 홍보물을 제작 배부하고, 본인 발급 불가 대상자에 대해서는 사후 정산 방안을 안내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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