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부안군의회 ‘극한 갈등’…추경 심의과정서 표출

권 군수, 의회 회기 중 제주 3박4일·인천 하루 출장 ‘의회무시’
군 의회, 추경예산안 452억 중 219억 5500만원 삭감…불통이 원인
화해할 경우 추경 문제 빠르게 해결될 수도…권 군수 의지가 ‘답’
박병래 위원장 “부안군 하기에 따라 9월 안에 3차 추경 심의 가능”

  • 기사입력 2023.07.02 09:05
  • 최종수정 2023.07.03 12:50
  • 기자명 김태영 기자

부안군과 부안군의회의 극한 갈등이 2023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여과 없이 표출됐다.

군수는 군 의회 회기 중 3박4일과 하루 일정으로 제주도와 인천을 다녀왔고 의회는 추경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삭감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부안군이 의회에 제출한 추경예산 규모는 452억 원.

의회는 이중 219억 5500만원을 삭감했다.

사업 분야에 있어서도 403개에 달할 정도로 연속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들이 삭감됐다.

삭감 이유로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사용, 사업시기 미도래, 사업비 변경에 대한 설명부족, 사업비 편법편성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는 겉으로 드러낸 명분일 뿐 실제로는 부안군과 군의회의 ‘갈등’이 주원인이다.

두 기관의 갈등은 지난해 7월 출범 직후부터 시작됐다.

인사권이 독립된 의회 인사를 두고 부안군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면서 냉기류가 형성되더니 이어진 추경안이 대폭 삭감되자 양측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 붙었다.

이후 두 기관은 9월에 ‘주거니 받거니’ 두 차례에 걸쳐 술자리를 벌이며 화해하는 듯했다.

그러나 화해 모드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재난지원금이 파탄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병래 의원이 10월 말에 열린 군정질문 추가 질의답변 자리에서 “지금이 재난지원금을 주는 적기”라며 군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줄 것을 요구하자, 권익현 군수는 “적기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날선 반응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뒤 11월.

권 군수는 9월 제주도 출장에 이어 11월 또다시 회기 중 7박 9일 일정으로 유럽행에 올랐고 이때부터 ‘의회무시’ 논란이 본격화하면서 냉랭한 관계가 지속됐다.

그러다 지난 2월 권 군수가 재난지원금(민생안정지원금) 지급액과 시기 등을 의회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도 의회와 그 어떤 상의도 없이 지급액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도 모자라 의회가 수차례에 걸쳐 1인당 50만원을 지급하자고 건의한 부분도 묵살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더욱 악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박병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말 5분발언을 통해 제안한 부안동초등학교 앞 ‘어린이안심승하차구역설치’ 요구가 사실상 거절당하면서 악화한 감정이 정점으로 치달았다.

그리고 이번 추경.

의회는 회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추경을 세울 경우 삭감하겠다는 뜻을 부안군에 수차례에 걸쳐 알렸다.

일종의 경고메시지였다.

그러나 부안군은 의회의 이 같은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175억원을 추경사업비로 편성했다.

의회는 격노했다.

의회가 격한 반응을 보인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의회가 지난해부터 줄곧 795억원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군민들에게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하는데 사용하자고 하자 권 군수는 “지금은 기후 위기라 위급상황에 써야된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거듭 거절했다.

그런 그가 이번 추경에서는 시급하지도 위급하지도 않은 사업비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175억원이나 사용하겠다고 예산안을 편성했다.

의원들로서는 노골적인 의회 무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공무원들의 태도도 의회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데 한몫했다.

예산안을 편성하고도 편성이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데다 예산을 지키려는 노력도 일부 간부를 제외하고는 하지 않았다.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게다가 일부 사업의 경우 제대로 된 예산편성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우선 잼버리를 한 달여 앞두고 부안을 홍보한다며 3000만원을 들여 세계스카우트 지도자 초청 잼버리 팸투어 사업을 하겠다고 예산을 세운 발상은 의원들의 의문을 사기에 충분했다.

시간이 촉박한 데다 지난해 12월 4500만원을 들여 이와 같은 팸투어를 한차례 실시하고도 여기에 따른 반응과 결과를 의회에 설명하지 않은 과오를 저질러서다.

눈속임 예산도 있었다.

세계잼버리 참풍부안 홍보행사 지원비가 알고 보니 잼버리와 아무 관련 없는 출향인사 송년회 선물세트 준비예산으로 파악돼 결국 철퇴를 맞았다.

반면, 4억원이 투입되는 도시미관사업은 잼버리대회와 별 연관성도 없고 예산집행 시기를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잼버리 이름 때문에 예산이 살아났다.

지나치다는 예산도 있었다.

국제화여비와 국외여비가 그것인데 이들 여비는 본예산에 3억 1000만원이 반영됐음에도 부안군은 이번 추경에 또다시 2억 8000만원을 추가로 편성했다.

의회가 고민 끝에 이중 1억 2000만원을 삭감했지만 공무원들의 해외 여행비를 무분별하게 남발한다는 비판은 면키 어렵게 됐다.

사업 진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예산이 삭감된 경우도 있었다.

55억이 들어가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도로 보상사업비가 이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시급하지 않은 예산을 세워 깎인 사업비도 상당했다.

건설교통과 사업 중 농작물 수확 후에 추진해야 할 농로 포장, 용‧배수로 정비, 제설 관련 사업들이 여기에 속한다.

의회는 이처럼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의 예산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세워졌다고 보고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사용할 경우 삭감하겠다는 경고대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의회는 그러면서 집행부가 시급성과 필요성을 강조한 예산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대부분 세워줬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400여개가 넘는 사업들이 대거 삭감된 데다 안길 포장과 하수구 예산 같은 민생예산이 삭감되면서 의회의 심도 있는 심의란 설명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사실 이번 추경 사태는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터진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터질 게 터진 셈이다.

이번 일로 부안군과 의회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안군과 의회는 실제로도 “너무했다”,“오죽했으면”이란 반응을 보이며 서로 ‘네 탓’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두드러진다.

겉만 그렇지 권 군수가 손을 내밀면 해묵은 감정이 풀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

의회 역시 군수의 손을 기다리기보다는 화해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네 탓 공방’보다는 현 상황을 냉정히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 수 순에 들어가는 동시에 지역의 미래를 위해 서로 손을 내미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부안뉴스가 최근 부안군의회 여러 의원을 만나 추경 사태와 관련해 이야기해 보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사용, 사업 시기 미도래, 사업비 변경에 대한 설명 부족, 사업비 편법편성 등 다양한 이유가 지목 됐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집행부의 ‘의회무시’였다.

예산편성을 두고 양 기관이 대립하는 건 의회민주주의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의회 본연의 임무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다.

이런 면에서 보면 갈등 분출도 어쩌면 불가피한 통과의례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성 없는 ‘네 탓 공방’은 민생은 내팽개친 채 주도권싸움만 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번 추경에 대해 부안군은 충격이겠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몇몇 사업들은 시간적인 이유로 차질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번 예산 삭감은 사실상 유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가능성이 열려있다.

박병래 예결위원장도 “9월회기 이전에 부안군이 추경안을 제출할 경우 심의에 들어갈 수도 있다”며 “부안군이 하기 나름”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문제는 권 군수의 의지다.

권 군수의 의지가 답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부안군의회는 지난 23일 본회의를 열고 2023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예산결산위원회가 심의한 원안대로 의결했다.

앞서 부안군의회 예결특위는 집행부가 제출한 452억원 중 219억원을 삭감 수정했다.

세부삭감내역은 ▲기획감사담당관 8건 7145만원 ▲자치행정담당관 12건 2억 3426만원 ▲미래전략담당관 1건 6000만원 ▲새만금잼버리과 16건 5억 5000만원 ▲문화관광과 17건 13억 2470만원 ▲교육청소년과 5건 3571만원 ▲사회복지과 10건 2억 3675만원 ▲재무과 9건 21억 750만원 ▲민원과 2건 6600만원 ▲농업정책과 5건 1억 1300만원 ▲축산유통과 8건 1750만원 ▲해양수산과 22건 5억 3910만원 ▲환경과 4건 1억 8960만원 ▲도시공원과 9건 69억 2200만원 ▲건설교통과 175건 76억 2483만원 ▲안전총괄과 17건 7억 1832만원 ▲보건소 4건 3290만원 ▲농업기술센터 7건 1억 5595만원 ▲상하수도사업소 1건 2억 2770만원 ▲문화체육시설사업소 14건 3억 5727만원 ▲의회사무과 8건 5640만원 ▲읍면 49건 3억 3370만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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