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잼버리 파행사태 전·현 정부, 전북도의 무능·무책임이 원인

부안군과 지역 정치권도 문제…이원택 의원 역량 다했어야

  • 기사입력 2023.08.17 20:03
  • 최종수정 2023.08.18 09:05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잼버리 개막 첫날인 1일 델타존 모습.

전 세계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의 장이 될 줄 알았던 새만금 잼버리가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국제적 망신거리로 전락하더니 이제는 국론 분열의 장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전 정부와 전북도를 탓하고 전 정부와 야당은 현 정부를 탓하는 등 서로 ‘네 탓’을 하며 책임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감사원 또한 지난 16일부터 잼버리 파행사태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감사에 착수했다.

잼버리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잼버리로 인해 국격이 훼손되고 국민께 큰 상처를 입힌 걸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잘못했다고 사과해도 모자랄 정치권이 부끄러움조차 모른 채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는 건 꼴사나워 보인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사태는 전·현 정부와 전북도, 지역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잼버리 파행은 개최 수개월 전부터 예고 됐었다.

그만큼 준비가 부족했었다.

부안 새만금이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건 2017년 8월.

그러나 잼버리준비는 지난해 초까지 부지매립공사 외엔 거의 없었다.

새만금 잼버리 준비상황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주민들이 “잼버리대회가 열리긴 하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전 정부의 잘못도 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 정부와 전북도 잘못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잼버리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준비는 매우 미흡했다.

잼버리 부지는 배수가 되지 않아 질퍽거렸고 화장실과 샤워장, 급수대, 그늘터널, 전기, 해충대책 등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언론 등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잼버리가 개막됐음에도 야영지는 여전히 질퍽거렸고 샤워장, 급수대, 그늘터널, 전기시설 등도 당초계획보다 절반가까이 부족하게 설치됐다.

해충대책도 매우 열악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참가자들이 벌레물림과 온열질환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고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스카우트들이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 못해 조기 철수하면서 새만금 잼버리는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이후 K팝 콘서트로 잼버리 참가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랬다고는 하지만 K팝 공연이 잘못을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마주할 때가 됐다.

잼버리 파행 사태의 책임을 특정 정부나 기관에만 묻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고, 여가부와 전북도는 “책임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전북이 부도덕으로 매도돼선 안 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책임져야할 곳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그렇다고 싸잡아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감사원 감사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한 사실관계에 기반 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잘못은 이들 정부와 기관만 있는 건 아니다.

지역 정치권에도 있다.

새만금 잼버리가 파행을 거듭하자 몇몇 언론은 지난해 국정조사를 거론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국회의원을 마치 족집게처럼 묘사하며 그를 띄웠다.

이 의원이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폭염문제 등 잼버리장의 문제점을 예측해 여가부장관에게 질의했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과연 이 의원이 족집게일까.

그 속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이 의원은 새만금 잼버리유치에 앞장선 송하진 전 전북지사의 최측근이다.

송 전 지사가 전주시장을 하던 시절 비서실장을 했고, 송 지사가 전북도지사로 잼버리 유치를 추진할 때 전북도 대외협력국장을 했으며 유치에 성공해 잼버리를 준비할 때는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했다.

게다가 현재는 새만금 잼버리 개최지인 부안지역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지역구 위원장이다.

새만금 잼버리장의 문제점을 모를 수가 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얘기다.

더욱이 부안군과 민주당은 잼버리 개최지다보니 한 달에 한번 당정협의회를 열고 새만금 잼버리장을 수차례 방문해 잼버리 조직위와 간담회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 의원은 족집게가 아니라 직무유기를 한 무책임한 정치인으로 비친다.

이 의원이 잼버리에 대한 관심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 작금의 잼버리사태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1야당의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부안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으로서 잼버리장의 문제점을 알았다면 고쳐질 때까지 여가부와 전북도 등에 끊임없이 문제점이 해결되도록 요구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어야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못했다.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은 그 지역을 위해 모든 역량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주민들이 그러라고 국회의원에 뽑아준 것이다.

잼버리는 전 세계 청소년들의 축제다.

그런 축제가 준비부족으로 최악의 난리 통으로 치러졌다.

이로 인해 국격은 땅에 떨어졌고 지역주민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자리가 대우받는 자리가 아니라 주민을 대표해 일하는 자리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문제 있기는 부안군도 마찬가지다.

부안군은 잼버리 개최지역임에도 손님 맞을 준비를 수년 동안 거의하지 않았다.

집안잔치나 마을행사만 하더라도 손님 맞을 준비를 하기 마련인데 부안군은 잼버리 부서(과)를 만들고도 준비에 손을 놓고 있었다.

반면 잼버리와 관련한 해외여행은 줄기차게 다녀와 최근 중앙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필귀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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