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맹탕 행감’…의회, 예산 심의 통해 ‘꿀 먹은 벙어리’ 오해 풀어야

  • 기사입력 2023.12.05 18:34
  • 최종수정 2023.12.06 11:05
  • 기자명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모양이다.

다를 줄 알았다.

단단히 준비했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한낱 망상에 지나지 않았다.

2023년 부안군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맹탕 행감’이라는 오명을 쓰고 지난 23일 막을 내렸다.

이번 행감은 지금까지 이런 행감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역대급 맹탕이었다.

정책 대안은 고사하고 견제와 감시기능조차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질의 또한 기존 업무보고와 군정질문 등에서 다룬 논쟁거리를 재탕 하는데 그쳤다.

핵심 쟁점은 모두 비껴간 채 수박 겉핥기식’ 질의만 한 것이다.

특히 민감한 사항들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잼버리 명목으로 줄기차게 해외여행을 다녀와 전국적인 지탄을 받고 감사원감사 대상이 된 부안군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부안군의 가장 큰 문제인 졸속행정, 공직기강해이, 인사문제 등도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이 인사문제 등을 다루긴 했지만 모두 민감한 사항과는 거리가 먼 부분이었다.

잘못된 사업들과 실패한 사업에 있어서도 문제점을 열거하면서도 핵심은 모두 피해갔다.

사업이 잘못됐으면 왜 잘못됐는지 세부적으로 따진 다음 개선점이 나오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전형적인 수박 겉핥기였다.

공무원들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주부터 부안군의회에서 내년도 부안군 예산안 심사가 시작됐다.

7900억여원 규모의 부안군 예산안을 두고 집행부와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집행부는 재정 건전성과 권익현 군수 공약 등을 이유로 원안 통과를 주장한다.

하지만 의회는 불요불급한 예산을 걸러야할 사명이 있다.

다행스러운 건 의원들이 예산 심의과정에서 마실축제 캐릭터 등과 같은 불요불급한 예산들을 잘 체크하고 있다는 반가운소리가 들린다는 점이다.

의원들이 또다시 집행부나 공무원 눈치 보기에 급급 한다면 예산안마저 졸속심사로 전락할 게 뻔하다.

의회는 이번에야 말로 ‘꿀 먹은 벙어리 됐다’는 말이 오해였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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