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한 게 뭔가?…군민 눈높이 전혀 부응하지 못하는 식물 의회 이젠 변해야

  • 기사입력 2023.12.26 19:20
  • 최종수정 2023.12.26 19:21
  • 기자명 김태영 기자
김태영 기자.

부안군의회가 지난 14일 내년도 부안군 예산안 처리를 끝으로 올해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의회는 지자체의 행정 운영을 감시·견제하고, 시정조치와 개선을 촉구하는 주민 대표기관이다.

하지만 부안군의회의 올해 활동상을 되짚어 보면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 의문이 든다.

비상식적인 작태로 불신을 키우는 일들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잼버리 파행 논란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있을 때 크루즈 연수를 추진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고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 것도 아니다.

군정 견제를 위한 의회의 핵심 수단인 행정사무감사는 ‘맹탕’ 논란을 빚었고, 예산심의와 조례안·동의안·계획안 심사 역시 수준 이하였다.

특히 올 행감은 잼버리와 관련한 외유성 해외 출장부터 적지 않은 특혜 의혹 논란, 혈세 낭비 사례, 군 재정에 막대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사업추진, 그리고 부안군의 미래 경제를 어둡게 할 소지가 큰 사업계획까지 의회가 따지고 바로잡아야 할 사안들이 차고 넘쳤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그럴 생각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감시와 견제를 기대했던 군민 눈높이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식물 의회였다.

의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향후 부안군 재정에 막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계획안을 보류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백산성지조성 및 세계시민혁명의 전당과 테니스 돔구장을 포함한 면 단위 체육관·작은목욕탕 건립 사업 등을 왜 뚜렷한 대안없이 승인해 줬는지.

또 혈세 낭비가 크고 특혜가 의심된다며 난색을 보인 장수사우나 매입 건(터미널 주변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과 국산밀 제빵학교·베이커리타운 조성 사업이 어떻게 원안 가결됐는지.

무엇보다 지역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 부안군의 미래 등에 관심이나 있긴 한지를.

물론 식물 의회가 된 원인이 모든 의원들에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반대의견을 피력한 의원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수의 의원들은 집행부의 계획 등을 묵인했고, 이로 인해 특혜 논란과 혈세 낭비가 우려되는 각종 조례안과 동의안, 계획안 등이 가결되면서 문제성이 많은 사업들이 줄줄이 승인되고 행감은 행감대로 ‘맹탕’으로 끝이 나는 씁쓸한 일들이 빚어졌다.

의원들의 묵인은 내년도 살림을 결정할 예산심의에서도 이어졌다.

응당 삭감해야 할 예산은 삭감하지 않고 깎지 말아야 할 예산은 깎았다.

때문에 수십 억원의 막대한 혈세가 낭비될 처지에 놓였다.

국제화 여비를 비롯해 마실축제, 마실축제 캐릭터, 하서면사무소 내진보강 및 리모델링, 상생협력센터 리모델링, 자연에너지 공원조성, 스마트팜 인건비, 크루즈 입항 보상금, 크루즈 팸투어, 도예가 창작지원센터, 해뜰마루 사무관리비와 야간경관 사업 등은 꼼꼼히 따져보고 삭감하거나 개선토록 했어야 했다.

반면, 도 주민참여사업인 상서면 공영주차장조성사업과 진서운호마을안길포장공사는 원활히 추진되도록 해야 했다.

그렇지만 의원들은 어떤 선택이 지역을 위하는 것인지 분간하지 못했고 사적인 감정마저 드러냈다.

부실 졸속 심사가 이뤄진 것이다.

원인은 의원들의 성향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예산을 빼고 넣는 계수조정 자리에 관련 부서장과 의원 등 극소수만 참여한 상태에서 밀실에서 협의가 이뤄지는 탓이 크다.

이렇다 보니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실제로 부안군의회는 계수조정 과정을 녹화는커녕 회의록에조차 남기지 않고 있다.

짬짜미로 의심받고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다.

계수조정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기록돼야 한다.

그래야 예산안이 어떤 근거로 삭감되고 증액됐는지 주민들이 알 수 있다.

의회는 조속히 주민들이 기록 등을 통해 알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개선돼야 할 것은 이뿐만 아니라 수두룩하다.

그중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의회가 우선 개선돼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변해야 할 것은 정치인을 평가하는 주민들의 인식이다.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살살거리고 굽신거리고 눈치만 살피는 정치인과 소신 있게 바른말을 하고 지역발전과 공익을 위해 애쓰는 정치인을 구별해야 한다.

이래야 정치 수준이 높아지고 지역이 발전하고 사회가 투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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