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행정이 불러온 불법과 오해 ‘바이썬 비치파티’

2억 6000만원 행사 입찰하지 않고 13개로 분리발주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라 해명하지만…사실은 근무태만이 원인

  • 기사입력 2024.03.19 16:07
  • 최종수정 2024.03.19 16:46
  • 기자명 김태영 기자
우편으로 보내온 제보 내용.
우편으로 보내온 제보 내용.

부안군이 ‘바이썬 비치파티’를 추진하면서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제보가 최근 부안뉴스에 접수됐다.

취재결과 제보내용 중 일부는 의혹에 불과한 것도 있었지만 핵심은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 1월 15일, 부안뉴스에 한통의 우편제보가 들어왔다.

부안군이 지난 2022년 8월에 개최한 바이썬 비치파티 행사용역비를 불법으로 집행했다는 내용이었다.

바이썬 비치파티는 변산해수욕장을 대표관광지로 육성하기 위해 부안군이 2억 6000만원을 투입해 변산해수욕장에서 진행한 행사로 지난 2022년 8월(5∼7일 3일간)에 처음 개최됐다.

제보자는 전주에 위치한 정의****로 표기돼 있었으며 부안뉴스는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최근 수일 동안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보자는 바이썬 비치파티 추진과정에서 부안군이 크게 3가지를 위법했다고 의심했다.

첫 번째는 사전 입찰을 통한 계약을 추진해야 함에도 권 군수가 선거에 도움을 준 특정인에게 용역을 줬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2억 6000만원이 투입되는 행사를 입찰하지 않고 13개로 쪼개 수의계약을 했다는 것, 세 번째는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 수의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부안뉴스는 제보를 검증하기 위해 당시 행사 담당자 등을 만나 추진절차를 일일이 확인했다.

그 결과 위법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보자의 제보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다만 일부는 의심에 지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우선 제보자가 첫 번째로 제기한 사전 입찰을 하지 않고 특정인에게 용역을 줬다는 부분은 하나는 맞고 하나는 의심에 지나지 않았다.

입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사실 이었지만 특정인에게 용역을 줬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제보자가 지목한 특정인은 여성으로 부안군이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 관련사업과 관광 사업에는 관여하고 있으나 이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는 있었다.

당시 바이썬 비치파티를 총 감독하다시피 한 A씨가 이 여성과 부안지역의 관광산업에 대해 자주 논의하는 등 교감한 것으로 알려져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 제보의 핵심이자 두 번째로 문제 삼은 2억 6000만원을 들여 추진한 행사를 입찰하지 않고 13개로 쪼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부분은 모두 사실이었다.

부안군은 계약금액이 2000만원이 넘을 경우 별다른 점이 없다면 계약기준에 따라 공개입찰을 해야 했다.

그러나 부안군은 이 행사를 ▲무대설치운영(2790만원) ▲행사중계(2430만원) ▲무대음향설치운영(1890만원) ▲메인기획(2050만원) ▲홍보 및 보조무대진행(2700만원) ▲EDM행사진행(2080만원) ▲댄스경영진행(2050만원) ▲특별초청공연(2070만원) ▲메인촬영(930만원) ▲차량렌탈(2060만원) ▲행사부대시설설치 및 운영(2080만원) ▲무대조명설치(1890만원) ▲체험행사운영(980만원) 등 13개로 쪼개서 수의계약을 줬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2000만원 이상(여성기업·장애인기업·사회적협동조합·자활기업·특별법에 따른 마을기업은 5000만원 이하)의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공고하여 일반입찰에 부쳐야 한다.

다만 계약의 목적, 성질, 규모와 지역특수성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참가자를 지명하여 입찰에 부치거나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다수의 공급자들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아 평가한 후 협상절차를 통해 추정가격에 부가가치세를 더한 금액 이하로 입찰한자 중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가장유리하다고 인정되는 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부안군은 무려 2억 6000만원이나 되는 행사비를 입찰에 부치지 않고 13개로 쪼개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도 모자라 공급자들로부터 제안서를 받아 평가한 뒤 계약하는 최소한의 계약절차도 밟지 않았다,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였다.

사실 이 행사는 그해 4월부터 계획된 행사였다.

시일이 촉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관련부서 공무원들이 차일피일 미루다가 행사 20여일 전에야 부랴부랴 준비에 착수하면서 계약체결이 늦어지는 등 납득하기 힘든 실수들이 쏟아졌고 행사 역시 헛웃음이 나올 만큼 민망한 수준에 그쳤다.

시행착오로 보기에는 관련공무원들의 안일함이 너무 컸다.

당시 이 행사를 추진했던 담당자와 부서장도 부안뉴스에 행사준비를 소홀히 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들은 “당초 4월부터 계획됐었는데 코로나 상황을 지켜보다가 깜빡하는 바람에 뒤늦게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촉박했다”며 “때문에 입찰을 못 부치고 쪼개서 수의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잘못을 털어놨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을 지켜보다가 깜빡했다는 관련 공무원들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20년 3월에 도입된 코로나 거리두기가 2022년 4월 18일에 전면 해제돼서다.

때문에 시일이 촉박했다는 해명은 해서는 안 될 변명이며, 차라리 근무태만이 원인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맞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까.

2억 6000만원을 들여 추진한 행사를 입찰하지 않고 13개로 분리발주 한 부분은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은 아닌 듯싶다.

그보다는 나사 풀린 행정이 부른 촌극으로 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입찰하지 않고 13개로 쪼개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은 명백한 계약법 위반이다.

세 번째로 의심한 행사가 끝난 다음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는 13개 수의계약 업체 중 4개 업체는 2022년 8월 16일, 3개 업체는 8월 19일, 또 다른 3개 업체는 8월 25일, 1개 업체는 9월 8일, 2개 업체는 9월 13일에 계약이 체결되는 등 모두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 수의계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제보자가 계약체결일이라고 말한 이 날짜는 계약일이 아닌 대부분 준공예정일과 대금지급일이었다.

실제 계약일자는 13개 업체 중 11개 업체는 행사 일주일 전인 2022년 7월 29일에 이뤄졌고 1개 업체는 4일 전인 8월 1일, 1개 업체는 하루 전인 8월 4일에 체결됐다.

당시 바이썬 비치파티가 졸속으로 진행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행사를 코앞에 두고 준비하다 보니 시간상 입찰을 부칠 수 없어 분리발주 할 수밖에 없었고 수의계약 또한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못했다.

행사를 계약부서가 발주하지 않고 사업부서가 발주해 일상경비로 지출한 부분이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행사 일주일 전과 하루 전에 행사관련업체와 계약하다보니 준비부족으로 행사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지난 2022년 8월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바이썬 비치파티 준비과정은 나사 풀린 행정과 근무태만 그 자체였다.

권익현 군수호가 펼치고 있는 자율행정의 부작용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바이썬 비치파티 행사용역비 불법집행은 사실이지만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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